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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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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후 세상은 멸망하고 천년왕국이 열린다. 이제 하늘나라에 올라가면 영화라곤 <사운드 오브 뮤직>밖에 볼 수 없다. 모차르트도 없다, 초밥도 없다! 그러니 하는님 아버지께는 영원히 저 위에 계시라하고 우리는 그냥 여기서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하노라, 아멘.

 

- <멋진 징조들> 소개글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로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초등학생들이 자주 빌려 가는 책들의 이름이 외워진다. 그중 제일 많이 빌려 가는 책은 <처음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책인데, 학생들이 하도 많이 읽다 보니 금세 너덜거리기 일쑤다.

 

나 역시도 그리스 로마 신화가 교내 인기도서를 차지했을 무렵 학교를 다녔지만, 그 시절 나에게는 이름 모를 신들의 이야기보다,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로맨스 만화를 더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나에겐 생소한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매일같이 마주하다보니, 자연스레 신화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뿐만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에 대해 잘 모르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모티브로한 작품들을 볼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작을 얼마나 신경썼는가?' 보다, 단순히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다.

 

원작이 있는, 게다가 그 원작이 몇 세기가 지난 작품이라면, 그대로 옮겨 후대에 알리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으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나와 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 대중들이 콘텐츠를 향유하는 영역에서는 어느정도 첨가물이 첨가된 이야기에 더 눈길이 가게 되는 것 같다.

 

 

 

 

<멋진 징조들(Good Omens)>은 성경을 기반으로 한 작품인데,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각각 천국과 지옥 소속인 아지라파엘과 크롤리는 인간 세상을 꽤 좋아하게 됐다. 그러니 종말이 다가온다는 소식이 반갑지 않을 수밖에. 천사와 악마 군단이 속속들이 모이고 있으며 종말의 네 기수도 달릴 준비를 마쳤다. 모든 것이 신성한 계획을 따라 진행되는 듯했으나, 문제가 발생한다. 적그리스도가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두 주인공이 늦기 전에 적그리스도를 찾아 아마겟돈을 무사히 막을 수 있을까?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소개글

 

 

작품은 한 예언과 함께 시작한다. 바로 사탄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가 11살이 되는 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며, 인류 최후의 전쟁 즉, 아마겟돈을 불러올 것이라는 것. 하지만 오랜 시간 인간세상에서 지내며 정이 든 천사 아지라파엘과 악마 크롤리는 아마겟돈을 막기 위해 아이가 평범하게 자랄 수 있게 곁에서 지켜보기로 한다.

 

선과 악을 대표하는 존재인 천사와 악마의 관계를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자. 대다수의 대중매체에서 묘사되듯이 천사와 악마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못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천사 아지라파엘과 악마 크롤리의 모습은 우리의 예상과 정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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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라파엘과 크롤리는 지구에 인간이 창조되었던 날부터 인간세계에서 함께 임무를 수행하며 점차 가까워지며, 종내에는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로 남게 된다. <멋진 징조들>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바로 이 둘의 관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악마인 크롤리는 서로 천국과 지옥이라는 각자의 본부에서 임무를 받고 수행해야 하는 역할임에도 아지라파엘을 유혹하여 땡땡이치고 놀러 가자며 구슬리기도 하며, 천사와 악마가 아닌 그저 운명을 함께하는 동료로 여긴다.

 

개인적으로 적그리스도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가 왜 종말을 일으키려 하는지에 대해 풀어나가는 과정 역시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풀어쓰진 않겠으나, 평소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스토리였기에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하고, 캐릭터들 간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에, 만약 신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에 대해 다소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 또한 가볍게 보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긴 연휴, <멋진 징조들>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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