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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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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헬스장의 회원권이 끝나기도 전에 폐업 소식이 들려온다. 커피 맛이 특별한 카페가 문을 닫는다. 영원했으면 하는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만다. 이에 어쩔 수 없는 우울감이 찾아온다. 그 우울감을 쉽게 달랠 수 있는 삶이야말로 행복하다고 칭할 수 있지 않을까? 슬픔을 쉽게 털어내는 힘을 지닌 것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다정함


 

‘다정함’을 떠올리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동시에 위로가 되기도 하는, 복합적인 감정과 느낌이 함께 찾아온다. 최근에 이러한 다정함을 한가득 담은 책을 읽었다. 정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이었다.


‘이러한 감정이 사랑이라면 죽기 전에 한 번쯤은 사랑해 보고 싶다.’ 마지막 장을 덮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다정한 사람을 더욱 다정한 사람이 사랑하면 세기의 사랑 못지않다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신념까지도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한다.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은 그들의 특별한 배경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그렇게 이상적일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제시한다.


지구를 사랑하는 한아는 옷을 재활용하고 채식을 한다. 열심히 저탄소 생활을 이어간다. 그의 결혼식조차도 옥상에서 최대한 낭비 없이 진행한다. 한아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준다. 해치지 않게 아끼고 모든 행동의 이유에 있어서 그를 최우선으로 한다. 한아는 지구를 사랑하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한아를 사랑하는 경민은 그녀를 위해 많은 것을 바치면서도 생색을 내거나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그저 대수롭지 않게 전할 뿐이다. 경민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직접 말해준다. 그 대상이 모든 선택의 이유가 되고 삶을 이룬다고 말한다. 경민은 한아를 사랑하는 다정한 존재였다.


두 사람의 다정함은 따뜻했고 그 온기가 마음속에 서서히 번져 이내 가득 채웠다. 현실은 차디차다. 누군가 당신을 지구에서 하나뿐인 존재라고 고백한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이 온기를 지닌 다정함이 소중한 것이다. 소중하기에 기꺼이 지키고 싶은 마음은 삶을 채우는 빛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그 온기가, 다정함이, 그 마음이 툭툭 털고 일어날 힘을 준다.

 

 

 

2. 열정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열정은 ‘애정’과 ‘열중’을 품은 단어다. 그래서인지 열정은 대개 붉은색으로 시각화되고는 한다. 이 붉게 물든 마음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는 찰나의 고민도 없이 답할 수 있다. ‘콘서트장’, 그곳은 열정이 가득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장소다.


최근 SMTOWN 콘서트에 개최되었다. ‘핑크블러드’라고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의 골수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온통 분홍빛이었던 공연장이 암전되고 붉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동방신기의 ‘Rising Sun’ 무대가 시작되었다. 귀에 꽂히다 못해 심장을 터트릴 듯한 사운드와 강하게 터지는 무대 효과, 강렬한 영상 효과 그리고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함성. 모든 것이 강하게 밀려왔다. 감정이 격양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눈물이 맺혔다. 5시간 공연이라는 대장정의 서막이 올랐다.


팬들의 함성은 좋아하는 음악과 퍼포먼스, 아티스트에게 보내는 찬사와도 같다. 그 반응에 힘입어 아티스트들은 몸이 부서지라 춤을 추고 목이 터지라 노래를 부른다. 모든 힘을 쏟아낸다. 그 크나큰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힘은 열정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음악과 무대, 그리고 팬들을 향한 애정으로 공연에 열중한다.


그들의 열정에 관객은 환호하고 그것이 다시금 가수들에게 가닿는다. 아티스트와 팬은 서로를 향해 온 마음을 전하고 그것으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다섯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공연을 함께 채워간다. 열정은 애정을 동반하고 즐거움을 수반한다. 애정을 품은 채로 무언가를 즐기는 마음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다.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삶의 동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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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앞에 흔들리지 않는 촛불은 없는 것처럼 시간 앞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저 영원하리라는 믿음으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끝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 ‘변화’를 전제로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영원을 쫓고, 지속되는 것을 사랑한다. 영원한 것이란 쉽게 변하고 사라지는 현실과는 다른, 낭만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 낭만을 지켜내는 것. 그것을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콘텐츠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변치 않는 가치와 감정을 담은 콘텐츠, 삶을 닮은 이야기가 향유자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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