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홀릴 만큼 기묘한 이야기 [만화]

'죠죠 코어'에 빠져보는 시간
글 입력 2025.01.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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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제목은 대개 주제의식을 관통하며 작품의 그 자체로 전개를 견인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만화가 아라키 히로히코(이하 아라키 선생)의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하 죠죠)'의 제목은 작품의 모든 것을 망라하고 제목이 작품을 끌고 가기도 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작명이라 할 수 있다. 그 제목에서 함의하는 것처럼 죠죠는 필연적으로 죠죠들의 이야기이며 죠죠의 공식으로만 설명 가능한 기묘한 사건들이 작품 내내 전개된다.

 

이 작품에는 비화가 하나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아라키 선생은 죠죠가 아닌 다른 작품을 그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죠죠가 아닌 다른 작품을 그릴 수 없고 대신 죠죠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겠다고 선언했다.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죠죠는 각 부 별로 '죠죠'라는 이름의 각기 다른 주인공이 그들의 운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죠죠가 만화사를 통틀어 독보적인 위치에 있음은 틀림없으나 확고한 개성이 독자에게 특색이 아니라 장벽이 될 때가 종종 있다. 어폐가 있는 말일지 몰라도 작품의 진입장벽이 곧 작품의 매력이라면 이 장벽을 넘었을 때 미지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죠죠의 매력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죠죠가 지닌 만화로서의 힘 몇 가지를 글로 옮겨 보았다. 이를 통해 재미를 넘어선 흡인력을 지닌 죠죠의 세계에 한 번쯤은 발을 담가보기를 바란다.

 

 

 

낯섦에서 엑스터시까지, 죠죠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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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X 계정 @anime_jojo

 

 

어색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죠죠는 여러모로 독자의 적응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화풍이다. 죠죠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뚜렷한 이목구비를 강조하는 실사에 가까운 화풍에 적응하기 바쁠 것이다. 연재 기간 중 스타일이 상당히 많이 바뀌기는 했으나 근육과 이목구비, 몸의 굴곡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화 스타일은 죠죠의 시그니쳐라 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최근 인기작 속의 캐릭터 데포르메에 많이 노출되었을수록 생소한 스타일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실사풍의 캐릭터 디자인은 인물의 관능미를 강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라키 선생이 인물을 그릴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입술로, 인물을 섹시하게 그리는 데 무척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죠죠의 작화는 인물을 단순히 아름답게 그려냈다기보다는 가히 조각한 듯한 조형미를 지녔다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의 형상을 따 신화 속 존재를 조각함으로써 인간의 육체를 숭배하게 만드는 예술처럼, 죠죠는 이런 점부터 인간의 고결한 의지를 찬양하는 주제의식으로 연결하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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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X 계정 @anime_jojo

 

 

인물들의 착장과 헤어스타일 또한 주목할 만한 캐릭터 디자인의 일부다. 이는 캐릭터 설정에 대한 기대감을 한폭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캐릭터 디자인만 보고서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을 감히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죠죠에서 캐릭터 디자인만 두고 보았을 때 성별과는 무관하게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애시당초 이목구비부터가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구태여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히 6부 스톤오션 편에서는 자유롭고 당당하며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보는 묘미가 있다. 이렇게 기존 만화에서 널리 통하던 여성 캐릭터의 공식을 깨는 등 예측불허한 반전을 통해 죠죠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피로보다는 설렘을 선사한다.

 

나아가 '죠죠 서기'라 불리는 독특한 포즈까지 캐릭터에 부여되었을 때, 각 캐릭터는 비로소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관문이다. 사실 이런 포즈를 취하는 캐릭터의 조형미 때문에, 무척 독특한 포즈일 지라도 그것을 몇 번 접하다 보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더구나 이 포즈들은 모델 화보를 레퍼런스 삼은 것으로 사진과 대조해보았을 때 어색해보였던 감상은 금방 희석된다. 익숙하기만 한 것은 아닌 이러한 죠죠의 시그니쳐들은 신선하기 때문에 기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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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X 계정 @anime_jojo

 

 

이러한 시각적인 특색 뿐만 아니라 죠죠는 서사로서의 힘 또한 대단한 작품이다. 이러한 점마저 독특하지만, 이는 물 흐르듯 작품을 감상하면서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죠죠에서는 작중에서 인물의 입을 빌려 필살기의 트릭이나 작품의 기본 정보들을 제공하곤 한다. 이런 점은 죠죠를 설명적으로 보이게 하는 한편, 작품에 깔끔한 뒷맛을 남기는 비결이다. 독자가 풀리지 않는 의문을 붙잡고 머리를 싸매게 하기보다는 의문의 여지를 신속하게 제거하고 태연하게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이기도 하다.

 

죠죠의 정말로 기묘한 점은 이렇게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기대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작가는 사건의 핵심에 접근할 때마다 자잘한 복선을 일정하게 전달하고 인물의 성장까지 그 흐름에 편승해 이루어지게 한다. 이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등장인물 수 때문에 자칫하면 이야기가 꼬일 것이라는 우려는 가볍게 해소된다. 중요한 시점으로 반복해서 회귀하거나 계속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웬만해서는 일직선으로 전개되는 플롯이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추진력을 더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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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X 계정 @anime_jojo

 

 

이런 스토리의 속주 끝에 죠죠의 서사가 다다르는 곳은 바로 '승리'다. 이것을 바꿔 말하면 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이다. 무적으로 보이는 적의 능력도 풍부한 잡학을 기반으로 한 접근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파훼해내는 것이 죠죠의 승리 공식이지만, 사실은 의지를 이어가는 것이 죠죠의 진정한 승리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죠죠는 운명에 맞서 그 끝에 자신의 의지와 옳다고 믿는 가치를 관철하는 인간 승리의 서사다.

 

특히 1부 애니메이션 오프닝 '죠죠 ~그 피의 운명'의 의미심장한 제목이 예견하듯 죠스타 혈통의 죠죠들은 그 혈통 때문에 악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들은 가까운 타인의 보호와 자신의 목적 달성이라는 개인적인 목표에서 출발해 세상의 안녕을 수호하는 정의로 진화한다. 이러한 서사는 배틀물이 공유하는 공통된 문법으로 보이지만, 죠죠의 다른 점은 죠죠가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있다.

 

죠죠는 끝의 끝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유지를 혈통을 통해서라도, 혹은 타인을 통해서라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들은 신처럼 거대해진 악을 극복하는 불세출의 영웅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전수하는 정의 실현의 매개체다. 1부의 명대사 중 인간의 훌륭함은 용기의 훌륭함에 있다고 말하는 대사가 이런 맥락을 잘 짚어낸다. 승리하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간 찬가는 용기의 찬가! 인간의 훌륭함은 용기의 훌륭함!

- 죠죠의 기묘한 모험 1부: 팬텀 블러드/전투조류 중 윌 A. 체펠리의 대사

 


이러한 승리의 서사를 통해 비록 결말이 완전한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죠죠가 주는 감동은 결코 바래지 않는다. 죠죠 서사의 핵심은 선이 승리하는 것 자체보다 선이 승리하는 세계를 존속시키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죠죠는 언제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내용과 형식 면에서 독자를 흥분케 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죠죠가 완벽한 명작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명작이 왜 명작으로 불리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경험하거나 알 권리가 있지 않은가? 그저 이 글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신화 같은 이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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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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