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 by EUNU]
모두가 각자의 모양대로 오려진 그림자를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그늘을 조명하지 않는다.
태양 아래 빛나는 것만이 전부인 양,
나를 사뿐히 즈려밟고 떠난다.
샘의 위로 가시의 울음이 들렸다.
고인 그림자에 둥근 일렁임이 일며 살랑였다.
얼마나 오랜 가뭄이었었는지, 빗물은 그 무엇도 적시지 못했다.
여전히 태양은 질 줄을 몰랐고,
모래알들은 웅덩이를 거둬 올렸다.
눈물들을 온전히 받아낸 것은 샘뿐이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다.
색은 완전히 사라지고, 샘은 진실만을 비추기 시작했다.
나의 세상이 얼룩져갔다.
'이것이 내 마음의 진짜 모습이구나.'
서서히 사막이 백야를 벗어낸다.
마침내 태양을 완전히 등지자,
꽃과 같은 붉은 빛이 샘을 칠했다.
"이제 내일을 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