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 틱틱붐 [공연]

글 입력 2025.01.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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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일을 시작할 때의 막막함을 아는가? 누구에게나 인생에는 선택의 기로가 있고, 그 길 앞에서 두려움에 떨었던 순간이 있다. 뮤지컬 틱틱붐은 바로 그 막막함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예술가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창작의 고뇌와 삶의 딜레마를 생생히 펼쳐 보인다. 관객은 이 여정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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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존은 서른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며 자신의 선택을 마주한다. 유망한 뮤지컬 작곡가라는 타이틀은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워크숍을 준비하고, 제작자의 연락을 기다리는 일이 그의 일상이다. 그는 온 마음을 다해 곡을 만들지만, 그것이 무대에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동안,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어느덧 그의 나이 서른이다. 이대로 꿈을 좇아야 할지, 아니면 현실적인 길로 방향을 틀어야 할지 존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창작의 과정이 얼마나 외롭고 지난한 일인지 느낄 수 있다. 실패와 성공의 경계가 모호한 창작의 세계에서 그는 음악을 향한 사랑 하나로 버텨낸다.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에 나오는 구절처럼, 존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난 너를 사랑하겠노라. 그것이 죄가 될지 독이 될지 혹은 꿀이 될지 영원히 알 수 없더라도 나는 이 항해를 멈추지 않으리.”]

 

음악을 계속 만드는 그의 마음속에는 실패와 성공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작품의 중심에는 존과 그의 주변 인물인 마이클과 수잔이 있다. 이 세 명의 인물은 마치 서로 다른 자아를 대표하듯 대조적인 선택과 길을 걸어간다.

 

마이클은 존과 가장 대비되는 캐릭터다. 한때는 배우라는 꿈을 품었던 그도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아 꿈을 접고 안정적인 길을 선택했다. 현재 그는 마케팅 회사의 임원으로서 번듯한 삶을 살고 있다. 고급 세단을 타고, 공항을 오가며, 뉴욕에 멋진 집까지 마련한 마이클의 모습은 존의 냄새 나는 지하철과 낡은 아파트 생활과 극명히 대비된다.

 

한편, 존의 여자친구 수잔은 두 사람의 중간에 위치한 듯 보인다. 무용을 사랑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녀는 뉴욕을 떠나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 수잔의 고민은 창작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느냐,아니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편안한 삶을 선택하느냐. 그녀의 마음속 갈등은 작품 전반에 걸쳐 관객들에게 무겁게 다가온다.

 

이 세 인물은 단순히 서로 다른 캐릭터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들은 모두 존의 내면에 자리한 페르소나일지도 모른다. 안정과 불안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존의 갈등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극대화된다.

 

작품은 존의 워크숍 준비 과정을 정교하게 따라간다. 공연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초대하며 불안과 기대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워크숍에서 그의 음악이 울려펴지는 순간, 관객 역시 그의 여정에 함께 선 듯한 감동을 느낀다.

 

틱틱붐은 단순한 청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며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시간이 흘러 조나단 라슨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뮤지컬 렌트를 탄생시키며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의 음악과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작품 속에 그의 어려웠던 청춘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틱틱붐은 그 자체로 청춘과 예술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다. 예술가로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한데 담아낸 이 작품은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청춘의 순간을 관객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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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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