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읽는 이를 낯선 곳에 데려다 주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다.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직접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인터넷과 책, 그리고 무수한 매체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으며,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을 쉽게 접해볼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시대를 잘 반영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것이 아닌 각 장소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띠고 있다. 또한,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작가의 여행기로 그치는 것이 아닌, 세상과 연결짓게 해주는 이음새 역할을 해준다는 점이다.
나는 이 새가 자기 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사바나를 맹렬히 응시하며 급습하여 낚아챌 먹잇감을 찾고 있다고 상상했다. 내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새는 머리를 돌려 나를 내려다보았다. 새의 오른쪽 눈알은 뽑혀나가고 없었고, 눈구멍 가장자리 깃털에는 피가 엉겨 붙어 있었다.
참매는 나를 무시하고 다시 머리를 돌려 사바나를 살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나는 그 새를 생각한다. 세상에는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고도 여전히 사냥하고 있는 새들이 얼마나 많을까?
- 282~283쪽
책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 작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책의 작가인 배리 로페즈는 '우리 시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의 평가를 받는 자연에 대해 깊게 탐구한 작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책들은 대부분 환경 윤리와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는데, 이 책도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 책이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여행은 단순히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의미와 목적을 탐구하며 그 탐구를 기반으로 인간과 세계, 즉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가 이어진다.
나는 존에게 말했다. "예전에 한 신학 교수님이 종교를 갖는다는 건 확신을 갖는 일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지. 의심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어떤 심원한 신비에 대해 품었던 존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존이 내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침낭 속에 누워 있었고 내게는 쌓아둔 장비들 너머로 그의 다리 아래쪽만 보였다. 이미 잠들었을지도 몰랐다. 길고 힘든 하루였으니까.
"우리가 더 깊은 지식을 쌓고 있기는 하지." 존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혜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지만."
- 751쪽
개인적인 감상평을 덧붙여보자면, 평소에 워낙 동식물들을 좋아하고,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생각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의 소개 글을 읽고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문제들은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데, 특히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비건식을 먹는 등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노력에 대한 결과값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행위를 실천으로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 나의 행동이 과연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걸까 하는 불확실성이 행동이 걸림돌이 된다고 해야 하나.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이 책은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또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왜' 우리가 기후위기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자연 역시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광활한 수평선을 마주한 저자의 사유를 함께하다 보면, 우리가 자연 앞에 어떠한 태도를 보여야 할지 깊이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