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앙주, 나의 동반자 - 고스트캣 앙주 [영화]

코미디와 감동을 오가는 고양이 요괴 이야기
글 입력 2025.01.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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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요괴와 인간의 이야기라니!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사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고양이라는 생명체는 참 알 수 없는 묘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고양이와 냉소적인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는 소식에 바로 시사회를 신청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생각보다 더 유쾌하고 웃긴, 거기에 찡한 감동과 성장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였다. 전개나 내용의 완성도에 있어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주인공 카린과 앙주의 이야기를 보며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때로는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때로는 유쾌하게 지내기도 하는 앙주와 카린을 보며 나를 지지하는 주변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유쾌함과 감동을 넘나드는 스토리


 

'고스트캣 앙주'는 '소세지절'의 살림꾼 37세 고양이 앙주와 빚쟁이로부터 쫓기는 아빠의 손에 소세지절에 맡겨진 카린의 동고동락하는 이야기이다. 카린은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한편 앙주는 장난기가 많지만 소세지절의 살림을 척척 해내기도, 카린의 상황을 이해하며 옆에 있어 주기도 한다. 카린은 앙주와 지내다 저승으로 가 엄마를 만날 기회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앙주와 함께 스펙타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스틸컷만 보고 이 영화는 분명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첫 장면을 보자마자 절대 잔잔하기만 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코믹한 영화였다. 앙주와 카린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관객의 절반 이상이 피식 웃었다. 통통하고 귀여운 몸을 가진 앙주의 목소리와 말투가 영락없는 삼촌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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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머쓱하면서도 톡 쏘는 웃긴 장면들이 많다. 자칫 지루한 분위기로 흘러갈까 봐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이 영화 특유의 코믹한 장면들로 인해 싹 날아갔다. 동네 아재 같은 앙주와 투덜대는 카린, 그런 둘과 함께 지내는 동네 아이들의 행동이 하나하나 재미있고 귀여웠다.


그렇게 앙주와 카린, 동네 아이들, 요괴까지 등장하며 관객이 그들과 감정적 거리가 가까워질때 쯤 본격적인 저승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앞 장면들의 코믹함은 카린과 엄마의 슬프고 애틋한 분위기로 전환되고, 어느새 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감상에 젖었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95분이라는 상영 시간에 맞춰 스토리가 계속 굴러간다. 장면들의 분량 조절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갈수록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이어지며 초반부와는 다른 긴장감을 끌어냈다. 어떤 장면에서는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양한 장면을 통해 지루함을 해소하려는 감독의 노력이 엿보였다.

 

 

 

몰입을 극대화하는 섬세한 연출


 

이 영화를 보며 의외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바로 시각적 요소였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수준의 그림체와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배경의 그림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모든 장면의 배경이 아주 섬세하고 분위기 있는 수채화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면들이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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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촬영 영상으로부터 움직임과 표정을 추출해 애니메이션화하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듣고 영화를 보니, 캐릭터들의 표정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카린의 뾰로통한 표정이나 앙주의 머쓱한 표정이 그대로 전해지며 애니메이션 이상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특히, 극 중 앙주의 움직임을 보며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의 디테일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극 중 앙주는 요괴가 되었지만, 여전히 고양이의 특성을 그대로 지닌다. 계단에 앉아 몸을 유연하게 한 상태로 '그루밍'을 하거나, 흙바닥에서 작은 일을 보고 나서 뒷발로 흙을 덮는 장면은 실제 고양이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한 듯 섬세하고 사실적이었다.

 

특히 동네 어르신 댁에 방문해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앙주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고양이는 촉감이 좋은 이불이나 방석에 자주 '꾹꾹이'를 하는 습성이 있다. 우리 집의 두 고양이도 자주 꾹꾹이를 하는데, 실제로 우리 가족들은 농담으로 고양이들에게 등이나 허리를 눌러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었다(당연히 우리 고양이들은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이 장면을 보고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마치 우리 고양이들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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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니메이션의 연출에 대해 약간은 걱정이 있기도 했다. 너무 유치하거나 어색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웃음부터 감동까지 담긴 스토리를 섬세한 연출로 풀어내니, 어느새 영화의 세계관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 일본과 프랑스에서 공동으로 제작해서인지 일반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느낌과는 살짝 다른 독특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연출을 보며 왜 칸부터 안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사로잡은 고양이 요괴 이야기라는지 이해가 갔다.

 

 

 

나를 지지하는 존재들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죽음과 가족,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특히, 카린처럼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맞닥뜨린 이들의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그들의 그리움에 저절로 감정이 이입되었다.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을 그들의 아픔을 떠올리면, 카린의 방어적이고 툴툴대는 행동이 이해되기도 했다.


카린의 곁에 앙주라는 영원한 지지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위안이 된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지만 '고스트캣 앙주'의 세계에서는 고양이가 인간의 영원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앙주로 인해 카린의 남은 삶이 좀 더 밝고 활기차지길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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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언제나 나의 지지자가 되어주는 나의 동거 묘, 고양이들이 생각났다. 나의 고양이들은 비록 서른 일곱살의 살림꾼 삼촌 고양이는 아니지만, 앙주처럼 늘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준다.


고양이들을 처음 만났을 땐 내가 이들을 먹여 살리는 '보호자'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같이 살며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물론 내가 보호자인 건 맞지만, 한편으론 이들이 나를 지지해 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내게 웃음을 주는 존재였다.


가끔 엉뚱한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곁에 머물며 사람에게 사랑과 위로를 알려주는 고양이처럼, 카린을 지지하는 고양이 요괴 앙주 역시 그의 삶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고양이가 가진 신비로우면서도 다정한 존재감은 인간에게 있어 지지자와 같은 존재를 떠올리게 하고, 무심한 듯 다가오는 그들의 애정이 오히려 더 깊은 위안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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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딱 맞춤인 영화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매일 같이 생산되는 지금의 세상에서, '고스트캣 앙주'는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앙주처럼 곁을 지키는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가르쳐준다. 상영이 끝난 뒤에도 마음 한편에 따뜻한 고양이 발자국이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은은한 따뜻함과 유쾌한 감각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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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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