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죽음을 국가가 지원합니다 – 플랜 75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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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 가족의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
‘플랜 75’의 세상,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 영화 소개글
초고령사회는 통상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UN에서 정한 기준으로 볼 때 ‘노인’이란 65세 이상을 말하며, 기준에 따라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는 다음과 같다.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
고령사회(aged society):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달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전체 등록 인구의 20%에 진입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그동안 다른 나라 이야기라 생각하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사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나라의 경제 발전에 따라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은 20세기 초 전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의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한 편인데,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돌본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노동력 부족과 저출산으로 인해 전문 인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즉, 나라의 성장이 저하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야기할 ‘플랜 75’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던 일본이 이러한 사회 현상에 관해 제작한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이런 사회 현상을 극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75세 이상의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세운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한 청년의 총기 난사 사건 때문인데, 사냥총을 들고 요양원에 침입하여 눈에 보이는 노인들을 모조리 쏘아죽이고 성명을 남긴 채 자살한다.
‘넘쳐나는 노인이 나라 재정을 압박하고, 그 피해는 전부 청년이 받는다. 노인들도 더는 사회에 폐 끼치기 싫은 것이다. 옛날부터 우리 일본인은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을 긍지로 여겨왔다. 나의 이 용기 있는 행동을 계기로 진솔하게 논의하여, 이 나라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러한 사건을 핑계로 만성적인 세수 부족, 연금 고갈에 시달리고 있던 정부는 7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인 ‘플랜 75’를 도입하게 된다.
청년층과 노인층의 갈등은 고령사회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문제이다. 노인을 돌보기 위한 서비스에는 비용이 들어가고, 그 비용은 청년층이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런 고령화 사회에 다룬 뉴스나 기사를 보면, 자신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과도하게 부담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품은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구나 당연하게 노인의 시기가 오지만,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이성적으로 이 방향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부담을 겪는다니 심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민연금을 들 수 있는데,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드는 연금이라는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현재 노년층에 연금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자기가 내면서도 받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는 부분 또한 이러한 부분에 해당한다.
<플랜 75>는 다양한 인물들의 입장에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혼자서 열심히 살아가려는 78세 노인 미치, 삼촌의 플랜 75 신청서를 받게 된 공무원 히로무, 플랜 75의 전화 상담을 받고 있는 콜센터 직원 요코, 그리고 안락사한 노인들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노령 사회에 관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단순히 노년층의 시점으로만 다루지 않고, 여러 입장을 등장시켜 각 구성원이 보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78세의 미치였다. 주인공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크게 다뤄지는 만큼 그녀의 인생이 안타깝게 흘러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초반에 그녀는 혼자서 빠듯하게 살아가면서도 알찬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형편이 넉넉지 않더라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으며, 친구와 수다를 떨며 즐거운 삶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삶은 점점 힘에 부치게 된다.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직장에서 쓰러져 다치고 그 일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되고, 많은 나이 탓인지 새로운 직업은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친구가 이어서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고, 지내던 집마저 철거된다는 소식에 결국, ‘플랜 75’를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그녀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데, 사실 이는 일종의 사회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할 수 있다. 미치는 굉장히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만약, 사회가 그녀의 일자리를 뺏지 않았다면 그녀가 플랜을 신청했을까? 집이 철거된다 했을 때, 부동산에서 고령이라는 이유로 집을 구해주는 것을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플랜을 신청했을까. 심지어, 그녀가 플랜을 신청한 이후로, 콜센터 직원 요코 덕에 정부에서 혹시라도 신청자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게 하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녀가 플랜 75를 신청하기까지 그 하나하나가 그녀가 스스로 죽음에 동의하도록 몰아간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런 사회의 잔혹함을 자극적이거나 박진감 넘치는 효과 없이 그저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잔잔하게 담아냈다고 해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절감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담백하게 담아냈기에,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의 잔혹함이 더욱 잘 느껴졌다고 생각한다.
노년층과 관련된 문제는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영화에서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이루어지면 안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정소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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