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전시는 오스트리아의 빈미술사박물관과 공동 기획된 전시이며, 2023년 6월 15일부터 2027년 5월 30일까지 4년간 전시된다.
전시는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 만큼 방대한 양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특히 인상 깊게 보았던 1부 “신화의 세계”와 3부 “그림자 제국”에 등장하는 유물들을 중심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1부, 신화의 세계
1부인 “신화의 세계”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이 믿었던 신적 존재에 대해, 그리고 그들은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는 유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그리핀의 머리를 판 스핑크스상>은 그리핀의 머리와 스핑크스의 몸을 합친 모습을 한 동물 조각상이다. 그리핀은 사자의 몸통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진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로, 고대에는 왕의 상징, 그리고 중세에는 예수를 상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리핀은 보석을 지키는 동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그리핀의 기원이 금광을 개발하기 위해 채굴과정 중 발견된 프로토케라톱스 화석을 그리핀이라고 여긴 것이 신화로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의미가 생긴 것이다.
<헤카테의 경고>라는 작품이다. 해당 작품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헤카테’라는 여신의 경고가 적혀있는 작품이다.
유물에는 라틴어로 “헤카테는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사람, 대소변을 보지 않는 사람을 좋게 대할 것이다. 그러나 주의하지 않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헤카테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해당 내용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종교적인 상벌이 존재 헸다는 것, 그리고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3부, 그림자 제국
3부인 “그림자 제국”에서는 그리스·로마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죽음의 의미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스·로마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하데스로 가는 문>과 같이 두렵고 무서운 것이지만, 무덤 근처에 죽은 이를 기억할 수 있기 위한 비석과 조각상을 비치하여 죽은 자들을 기억하고자 했던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하데스로 가는 문>은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묘비를 문 모양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문은 하데스, 즉 죽은 자들만이 갈 수 있는 지하세계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문이다. 이 비석에는 무덤을 찾아온 사람이 알아두어야 하는 내용과 경고들이 그리스어로 적혀져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로마인들은 사후세계의 존재를 믿었다는 것과 죽음이란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전시를 되돌아보며
1부와 2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각상이 많았기 때문에 조각상을 여러 구도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으며, 마치 신전을 연상케 하는 전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조각상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배치한 덕에 여러 각도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한 관람객들에겐 해당 전시가 다소 난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설전시장 입구에 전시회 팸플렛을 비치해두었으며, 전시장 곳곳에 설명들이 적혀있었기 때문에 아직 그리스가 낯선 이들 역시 접근하기 쉬운 전시였다.
4년이라는 아주 오랜 시간 전시가 진행되기 때문에 언젠가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은 관람해도 좋을 전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