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딜런이 쓴 픽션, 비틀즈가 제작한 영화, 앤디 워홀이 만든 밴드.
이런 게 있을까 싶지만 모두 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밥 딜런은 '타란툴라'라는 소설을 썼고, 비틀즈는 'A Hard Day's Night'를 포함한 다섯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앤디 워홀이 후원하여 만들어진 밴드는 그 유명한 '벨벳 언더그라운드'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작업이지만 우리에게는 무언가 낯설다. 포크 가수인 밥 딜런이 소설을 쓰고, 록밴드인 비틀즈가 영화를 찍고, 화가인 워홀이 밴드를 만들다니. 분명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오는 작업은 아닐 거다.
이런 작업은 뭔가 신박하면서도 괜히 궁금하게 만든다. 궁금함은 우릴 움직인다. 그들의 이색적인 작업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며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된다. 작품이 탄생하자마자 관심을 받는다는 건 엄청난 특권이다.
이와 달리 평범한 학생이 쓴 글이나, 직장인이 그린 그림, 주부가 만든 음악은 그 관심도와 주목이 적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누군가의 창작물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사라지는 요즘이다. 평범한 학생인 나 역시 이런저런 곳에 글을 쓰며 나름의 무언갈 하고 있다.
나만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나는 남들에게 보이는 곳에 올라가는 글을 쓸 때는 물론이고 아무도 볼 수 없는 일기를 쓸 때도 나름의 독자를 생각한다. 그 독자를 위해서 쓰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고 반응하는 독자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달까.
그래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든다. 내가 나름의 노력으로 써 내려간 이 글들이 누구에게도 제대로 읽히지 않고 그저 버림받을까 두렵다.
실력을 키워 버티고 인정받는 게 유일한 방법이겠지만, 그래도 무명의 누군가가 쓴 작품이 받게 될 수밖에 없는 냉대와 무관심은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들은 차가운 역경을 뚫고 인정받은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경외의 마음이 든다.
사실 돌이켜 보면 나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의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왔던 것 같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라 이미 검증된 것들을 즐기는 걸 더 편히 여긴다. 요즘 나오는 새로운 노래와 영화를 보기보다는 시간의 필터링을 견뎌낸 명작들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창작물이 있는데 수고를 덜기 위해서라도 이미 인정받은 작품들을 즐기는 게 더 지혜로운 방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 발짝 더 나아가 문화예술을 사랑한다면 새로운 작가들의 작업과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려 노력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작업을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감상해 준다는 게 정말 소중한 일일 수도 있다. 그 한 명으로 인해 누군가는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 나갈 힘을 얻기도 한다.
조금의 관심과 애정으로 누군가에게 큰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이런 행동들이 모여 더 멋진 작업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만드는 거 아닐까.
미술관에 가서 유명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서점에 가서 인기 작가 코너에 머무르는 것도 좋지만 내가 아직 모르는 작가와 작품에도 관심을 기울여보는 나를 상상해 본다. 반짝이는 원석 같은 무언갈 만날 기대를 잔뜩 안은 채 말이다.
아마 그러려면 내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순수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럴 수 있을까. 어렵지만 노력해 봐야지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