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Baby V.O.X 와 2NE1, 그 다음의 [문화 전반]

본질과 새로운 세계 사이의 케이팝
글 입력 2024.12.29 11: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연말 음악 방송 무대는 여러 아티스트들이 한 해의 성과를 기념하고, 팬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물하는 자리이다. 과거에는 이 무대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다채로운 공연으로 가득 차 있어 나 역시 가족이나 친구들과 자주 챙겨보았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이 연말 무대에 흥미가 크게 생기지 않아 잘 챙겨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올해 2024년 연말에는 연말 무대를 챙겨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베이비복스'와 '투애니원'이 몇 년 만에 재결합 무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빛나고 멋진 두 그룹은 완성도 높은 무대를 통해 나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연말을 선물했다.


두 그룹의 무대를 보며 과거의 향수에 젖다가 동시에, 현재의 케이팝이 갖는 특징과 변화 양상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대중음악이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와 앞으로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깊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Baby V.O.X & 2NE1


 

 

 

저녁 식사 시간 부모님과 함께 ‘가요대축제’ 방송을 보던 나는 그들의 등장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바로 14년 만에 무대에 등장한 ‘베이비복스’였다. '베이비복스'는 간미연, 심은진, 윤은혜, 김이지, 이희진 5인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1세대 그룹으로 유명한 SES, 핑클보다도 더 이전에 데뷔한 그룹으로, 1세대 아이돌 중에서도 활동 기간이 가장 긴 그룹이기도 하다.


아주 어린 시절 예능에 출연했던 윤은혜의 얼굴이 떠오르는 동시에, 처음으로 그들의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재결합보다 더 놀라웠던 건 그들의 무대 실력이었다. 한 번 아이돌은 영원한 아이돌이었다. 현재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이나 가수에 절대 밀리지 않았다. 실력도 무대 센스도 현역 가수들 그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재결합 무대는 큰 화제가 되었고 유튜브 무대 영상은 업로드 1주일 만에 조회수 421만회를 기록했다. 여러 SNS와 포털사이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고 이들의 재결합 무대를 또 보고 싶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편 명곡의 수를 세기도 어려운 그룹이 있었다. 바로 '투애니원'이다. 2009년 YG에서 데뷔한 투애니원은 특유의 강렬하고 독특한 힙합 색깔로 음원을 내는 족족 히트곡을 만들었고, 올해 '가요대전'에서 완전체 무대를 선보였다. 케이팝의 전형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린 이들은 지금까지도 케이팝 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에너지로는 따라올 자가 없어 보이는 'CL', 매력적이고 단단한 보컬을 가진 '박봄', 늘 독특한 스타일링으로 하나의 아이콘이 된 '산다라박', 신들린 몸짓을 가진 '공민지'까지. 이들의 무대는 깎고 다듬은 시스템적인 무대가 아닌 인간 본성을 끄집어내는 날것의 무대이다.

 

두 그룹의 연말 무대를 보며 초기 케이팝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당시 베이비복스는 댄스 팝과 R&B 요소를 결합하여 성숙한 여성 콘셉트를, 투애니원은 EDM, 힙합,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감 넘치고 강렬한 개성을 살린 콘셉트를 구축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당시 활동했던 그룹들은 저마다의 색깔이 뚜렷했다. 산업이 성장하며 다양한 콘셉트에 도전하는 팀이 많았고, 대중은 이들의 성장에 관심을 가졌다. 시스템화 이전의 케이팝은 다양성의 장이었다.

 

한편 현재 케이팝 그룹의 무대는 기술적 연출이나 비주얼 효과에 집중하는 추세를 보인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무대 세트와 복잡한 안무, 고화질 비디오 효과의 결합은 필수이다. 특히 요즘 음악방송의 경우 다양한 카메라 앵글과 보정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초창기 대중음악은 공연 및 콘텐츠의 부수적 요소보다 음반이 담는 메시지나 무대 콘셉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점에서 두 시대는 차이점을 가진다.


게다가 '베이비복스'와 '투애니원'의 가장 큰 공통점은 대중을 하나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아는 명곡은 특정 세대나 단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른들은 과거를 회상하고 아이들은 신선하게 느낀다.

 

현재 케이팝은 심오하고 어려운 스타일의 곡과 듣기 쉬운 노래라는 의미의 '이지 리스닝' 콘셉트가 공존하고 있다. 거기에 대중문화를 확산하는 매체 자체가 다양해지며 가요의 파급력이 줄어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개인 맞춤형 콘텐츠만 소비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수의 아티스트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현재의 케이팝이 예전처럼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갖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케이팝, 대중과 예술


 

케이팝이라는 장르는 대중음악에 포함된다. 사전적 의미의 대중문화는 다수의 대중이 공통으로 쉽게 접하고 누리며 대중 매체에 의해 만들어지고 확산한다. 일각에서는 10대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 문화로 보는 경우도 있다. 다만 현재의 부모님 세대가 어린 시절 꼭 팬덤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핑클이나 H.O.T 등 1세대 아이돌들의 히트곡을 알고 있고 즐겨 들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대중문화로 정의할 수 있다.


대중문화가 예술인지에 대한 논쟁은 사회적으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예술은 창작자의 독창적 표현과 감정을 담아내는 활동으로, 심미적 가치나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한다. 케이팝이라는 대중문화는 좁은 의미의 예술에는 포함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광의의 예술에는 일부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케이팝은 가수나 그룹이 직접 메시지를 담아 작곡 및 작사를 하거나, 팀의 전반적인 콘셉트 및 무대 연출을 맡는 경우도 왕왕 있다.

 

 

[크기변환]stage-2223130_1280.jpg


 

현재의 케이팝이 대중성에서는 멀어지고 있을지 몰라도, 예술성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발전하는 양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케이팝 그룹은 더 이상 음원과 무대에만 갇혀있지 않다. 한 팀이 갖는 서사적 스토리텔링부터 비주얼, 음악적 메시지까지 그들이 예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매우 많다.


특히 영상 매체의 발달이 두드러지면서 뮤직비디오 이상의 질 높은 영상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되고 있다. 티저 영상이나 트레일러 영상은 단순한 음원 홍보 이상으로 그룹의 색깔과 스토리, 세계관과 콘셉트 전반을 아우르는 영상물로 제작된다.


기술의 발달도 이러한 예술적 확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등 AI를 결합한 아이돌 콘셉트나 세계관은 기존의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역시 가장 유명한 사례는 '에스파(aespa)'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의 세계관은 증강현실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영화적 분위기를 창출하는 멀티미디어 예술로 확장되었다. 즉 단순한 케이팝 음악을 넘어 하나의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예술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인원 멤버에서 일부 멤버를 선발하여 기존 그룹의 콘셉트를 뛰어넘는 차별화된 유닛을 만드는 'NCT'와 '트리플에스(triple S)'나, 문학적 요소를 스토리텔링에 접목해 영화 같은 콘셉트 트레일러를 만든 '엔하이픈(ENHYPEN)' 등 근래의 아이돌 그룹은 거대한 세계관을 통해 음악과 무대를 뛰어넘는 하나의 미디어 예술을 구현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인간 없이 AI만으로도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점점 더 종합 엔터테인먼트, 멀티미디어 예술로 확장되는 케이팝은 분명 다양한 접근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질 높은 미디어 예술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초기 대중음악의 핵심인 음악과 무대라는 본질의 중요도가 흐려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베이비복스'와 '투애니원'의 재결합 무대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변하지 않는 그들의 본질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무대 환경이 달라져도, 그들의 실력과 음악에 담긴 메시지는 여전히 강렬했다. 과거 그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즐기던 세대는 이번 무대를 통해 변치 않는 가치를 다시금 발견했다. 그 시절의 음악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지금도 소중히 간직할 수 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점은 단지 과거에 머무른 이야기가 아니다. 케이팝을 비롯한 모든 음악은 본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과 기억을 제공하며, 그 속에서 공감과 위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음악은 단순히 소비되고 잊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균형과 본질


 

케이팝은 대중음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예술적으로도 발전해 오고 있다. 초기 아이돌 그룹들이 대중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던 것처럼, 현재의 케이팝 또한 다양한 음악적 실험과 시각적 표현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연말 무대는 이러한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기회가 된다.


올해의 연말 무대에서 나는 과거의 히트곡과 현재의 트렌디한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은 케이팝이 여전히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케이팝 산업의 변화에 관해 단순히 과거의 것이 좋고, 현재의 것은 문제점이 많다는 흑백논리가 아니다. 점점 기술적, 예술적으로 발전하는 케이팝 산업은 이전에는 상상에만 그쳤던 새로운 음악과 공연의 세계를 열고 있다. 여기에 음악이 가지는 본질적인 추구 가치와 영향력 등이 등한시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경험해 보지 못한 또 다른 새로운 감각과 감정들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효주.jpg

 

 

[김효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5.02.0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5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