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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얼마 전, 작년 초에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려볼 일이 생겼다. 새로운 작업을 하는 대신, 과거에 했던 작업을 리터칭하자는 제안을 받은 것이 그 이유였다. 오랜만에 똑바로 마주한 내 작업은 미숙하지만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들로 가득했다. '한참 부족한 완성도를 가지고 왜 완성이라고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부터, '그림의 일부는 오히려 이 때가 더 나았던 것 같다.' 따위의 복잡한 잡념들이 뒤엉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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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칭한 [별무리 원주민] 中 일부

 

 

예술 분야의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지만, 특히 그림은 기술의 숙련도와 좋음의 정도가 비례하지 않는다. 컨디션에 따라, 내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 나아가 주변 동료들이나 피드백에 따라 금세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다시 그린 그림은 더욱 숙련된 붓질로 그려졌으나, 이전의 것보다 월등히 좋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얼마 안 남은 전시 일자 때문에 물감을 충분히 말릴 시간이 부족했고, 그에 따라 내 마음도 조급해졌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결국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그림을 걸며 느꼈던 점은, 그림도, 나도 좋아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퇴보할 수도, 혹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어리다고 배울 점이 없는 것이 아니고, 나이에 비례하여 슬기로워지지 않듯, 그림 또한 그러했다. 끊임 없이 무언가를 찾아나가고,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사람이 그러하듯 그림 또한 빠르게 퇴보한다. 지나간 삶을, 그림을 창고에 넣어두는 대신 끊임없이 되짚어야 한다는 점을 벽에 걸린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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