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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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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생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왜인지 ‘인생 영화’라 함은 단순한 재미와 감동을 넘어선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인생 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범위를 조금 한정시킨다. ‘올해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괴물>은 내 인생 영화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괴물>은 지난 1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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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시점의 주인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인 ‘미나토’와 ‘요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 담임 ‘호리’ – 교장 선생님 – ‘미나토’의 시점에서 차례대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런 전개 방식을 사용했을까? 나는 그 힌트가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포스터 속 문구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초반부, 엄마 사오리의 입장에서 괴물은 담임인 호리 선생이다. 자신의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담임 호리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괴물이 아닐 수 없다.

 

이어서 호리 선생의 시점으로 넘어가면, 호리 선생에게 괴물은 미나토와 아이들이다. 자신의 행사한 적 없는 폭력을 거짓으로 고해 교사직에서 물러나게 한 못된 아이들이 괴물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그래서인지 영화의 중반부쯤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호리 선생의 악행이 전부 오해였다면, 대체 괴물은 누구란 말인가?

 

미나토의 시점에 이르러 사건의 전반적인 개요를 알게 되고 나서야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괴물은 없다. 그저 사람들의 편협한 사고만이 있을 뿐이다.

 

포스터 속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문구를 본 사람들은 자연스레 괴물 (악역) 찾기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뚜렷한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갈등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사람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고의가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의 틀에서, 혹은 자신의 경험에만 기반해 상대를 쉽게 판단하고는 한다. 의도치 않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사오리와 호리 선생처럼 말이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인물의 시점을 교차해 보여주는 전개 방식은 포스터를 본 관객들이 괴물 찾기에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결국 정해진 괴물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려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우리 모두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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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 함은 잊고 있던 당연한 사실을 따듯한 방식으로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들여다보지 않았던 미나토와 요리의 진심을 비로소 이해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사오리와 호리를 보며, 나 역시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흘러 보낸 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의 진심을 알아본다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그만큼 값진 것이기도 하다. 조금씩일지라도 상대의 진심을 이해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미나토와 요리가 아무렇지 않게 진심을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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