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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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11월이 찾아왔다. 그리고 매년 한두 번씩 돌아오는 특정 감정들도 요 며칠 동안 나와 함께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 감정을 그다지 좋지 못한 감정이라고만 일축하고, 넘어가지는 못하겠다. 매번 이 시기를 통해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N 살. 아직 어리지만, 지금보다 더 어릴 땐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게 싫었다. 내가 너무나도 나약한 사람이 된 것만 같고, 무너지기 싫었기 때문에. 그런데 점점 커가면서 이 시기와 감정들을 마주할 용기가 점차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내년, 내후년이 기대된다. 올해도 이렇게 잘 버텼는데, 내년은 얼마나 더 끝내주게 멋지게 버티고 성장할까 하면서.

 

이전까지는 특정 시기가 불특정하게 돌아온다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인제야 하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열심히 달린 후에 항상 이런 시기가 찾아왔다. 열심히 달린 게 아닌, 그저 힘들게만 달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긴 하지만.

 

열심히 달리고 달리다가 어느 순간 앞을 봤는데 사방에 아무것도 없고, 안개만 뿌옇게 끼어 있는 그런 현상을 마주한 기분을 아는가. 제삼자의 눈으로 내가 회색으로 가득한 공간에 홀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제일 먼저 두려움과 심장이 탁 멈춘다. 그 느낌이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그러한 순간이 시기가 되어 나를 삼켰다.

 

 

2년 전 11월, 블로그에 남겼던 글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쓴 글이 아니었다. '가라앉는 시기'를 무사히 보낸 후 쓴 글이다. '가라앉는 시기'를 어떻게 흘려보냈는지, 그리고 흘려보낸 후 나의 상태는 어떠한지 나름 소상히 적어두었다. 일종의 성장기이다.

 

그 성장기가 2년이 흐른 겨울의 나를 위로한다.

 

이번년도에는 딱 한 번, 가라앉는 시기가 찾아왔다. 가라앉았다는 말은, 그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내가 취했던 행동에 불과하다. 나름 근사한 말로 덮어보려 노력했지만, 가라앉는 시기는 결국 무기력해지는 시기에 지나지 않는다.

 

며칠 전, 날씨가 우중충해 덩달아 기분이 다운 될 때 느끼는 무기력함보다 더 농도 짙은 무기력함에 뒤덮혔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세상의 모든 것이 재미 없어지는 시기. 좋아하는 모든 것에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시기. 이 넓은 사회에서 나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시기. 다른 사람의 인생이 유독 더 빛나보이는 시기. 내가 뒤처지는 듯한 불안감이 드는 시기. 하지만, 따라잡기 위해 노력할 기운은 없는 시기.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끌고 오는 시기가 종강을 하자마자 찾아왔다. 나는 억울했다. 왜 항상 열심히 달리고 난 후에 아픈건지. 결승선에 도착했는데 왜 매번 기뻐하지 못하고, 슬퍼하는지.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 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건지, 아니면 이런 저런 생각을 했기에 번아웃이 오는 건지 확신을 못하던 때가 있었다. 멋진 사람이 되면 답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는데, 아직도 확신이 없다. 아직 멀었나보다.


이번 년도는 한해를 압축한 것만큼, 정말 꽉꽉 채워 열심히 살았다. 상반기는 해외에서, 하반기는 국내에서 주어진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해낼려고 안간힘을 썼다. 20대 초반을 이번 해로 마무리 지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만큼 내게 있어 뜻 깊은 해였다.


그런데 그 해 끝자락에 무기력함에 쌓이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나의 무기력함은 재빨리 다른 모습으로 뒤바뀐다. 이번엔 불안의 모습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렇게 고민하는 시기를 청춘이라고 한다. 이렇게 고민하기에 청춘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게 청춘이라면, 나는 청춘 그런거 하고 싶지 않다. 남들과 비교해가며, 스스로에게 모된 말을 쏘아내고 싶지 않다. 합격, 불합격이라는 2-3글자에 무너지고 싶지 않다.

 

내가 경험한 사회는 결코 다정하지 못하며, 오히려 각박하다. 사회는 내가 스스로를 미워하기에 최적화 된 공간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무기력함의 시기도 눈 떠보니 무사히 지나가 있었다. 충분히 가라앉는 것. 나의 무기력함을 인정하고, 품고 있을 수 있는 용기. 모두 나의 과거가 알려준 것들이다.

 

내년, 내후년이 기대가 된다고 남겼던 과거의 글로부터 응원을 받았고, 더 멋지게 성장하고픈 마음이 나를 잠시나마 위로했다. 덕분에 나는 또 한 번 가라앉음의 시기에 푹 가라앉을 수 있었다.

 

지난 성장기가 지금의 나를 위로한 것 처럼, 이번 성장기 또한 미래의 나를 위로하길.

 

그리고 주제 넘지만, 나의 성장기가 타인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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