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기획자에게 필요한 스물아홉 가지 단어 - 기획자의 사전

탁월한 기획자가 되기 위한 방향성을 제공해 주다
글 입력 2024.12.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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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음 한구석에 기획자라는 꿈을 안고 살았다. 사실 ‘무엇’을 기획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직 명확한 답은 못 찾았지만, ‘어떤’ 기획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은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최근 업데이트된 나의 대답은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시선을 찾아내는 기획자”이며, 그 꿈에 도달하기 위한 인사이트들을 많이 찾고 있는 중이다.


사실 기획이라는 단어에는 창조적인 즐거움이 있는 동시에 막막함도 존재하는 것 같다. 기획이라는 넓은 범위 내에서 나만의 틀을 생성하고 부수고 맞추고의 반복이 있어서 그런 걸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기획의 본질적 의미는 무엇이며 내가 원하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펼쳤다.


<기획자의 사전> 저자이자 대학내일 인사이트전략본부 본부장인 정은우는 국내 대기업과 정부기관에 트렌드 리서치 및 영타깃 인사이트 전략을 제안해왔다. 대한민국마케팅대상 개인부문 ‘한국의 마케터’ 수상까지 이뤄낸 정은우 기획자의 비결은 무엇일까. 수많은 경력과 지식이 쌓여 만들어진 기획자의 사전이라면 믿고 봐도 될 것 같았다.


이 책에는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의 단어들이 실려있다. ‘트렌드, 공감, 취향, 크리에이티브···’ 등 기획하면 바로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는 반면, ‘이종교배, 편지, 등속, 역치···’와 같이 기획자와의 연결성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단어들도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자가 분류한 세 카테고리(실무 사전, 도구 사전, 태도 사전)를 따라가며 기획자에게 필요한 단어들을 알아보고 흡수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1. 실무 사전: 제대로 하기 위하여


 

1부에는 기획자가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를 살펴보며, 적확한 곳에 정확한 뜻을 쓰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중 저자가 가장 먼저 꺼낸 단어인 ‘트렌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꼭 기획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어딜 가나 등장할 만큼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하는데, 한번 스스로 트렌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1) 스몸비족 등장으로 인해 무단횡단 사고가 증가할 것이다.

2)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껌 산업의 종말이 가속화된다.

 

 

두 가지 사례 중 어떤 문장에 더 흥미를 갖게 되는가? 저자는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걷는 사람을 좀비에 비유한 ‘스몸비(smombie)족’으로 예측한 사례를 들고 왔다. 1)의 경우 스마트폰만을 보고 있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정답을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2)의 경우 갑자기 예상치 못한 껌 산업이 등장하며 의문이 들게 만들고 그 이유가 알고 싶어진다.


실제로 일본에서 껌 산업을 철수한 업체들의 이유 중 하나로, 스마트폰 중독에 주목했다고 한다. 대부분 계산대에 갔다가 우연히 껌을 보고 소소하게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계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하다 보니 껌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해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껌 산업 쇠락의 원인에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른 원인들도 맞물려 있겠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단순한 예측이 아닌 내 이야기’이다. 누구나 아는 뻔한 정답은 시시한 기획이지만, 스마트폰의 증가와 껌 산업의 쇠락이라는 이종 현상을 교배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기획. 즉 기획자가 바라보는 트렌드란 보편적 욕망을 채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 도구 사전: 계속하기 위하여


 

2부에서는 저자의 기획 연장들과 습관을 알아볼 수 있다. 기획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누군가에 닿기 위해서는 ‘언어’가 필요하다. 내 머릿속에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언어를 붙잡기 위해서는 ‘기록’을 해야 하며, 나만의 기록이 타인에게 납득 가능한 형태로 전달될 수 있도록 구상해야 한다.


말로는 쉬워도 이 과정을 계속해나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의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형, 무형의 연장들을 소개하고, 자연스레 기획의 연장선으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필기구와 지류 속에 깃들어있는 작업자들의 삶의 태도, 누군가에게 솔직한 속마음을 표현하는 편지의 속성, 내 일상을 세상에 남기고 자존감을 키우는 일기까지. 자신만의 기획 도구를 찾아보고 슬기롭게 사용하는 방법까지 제공해 준다.


 

내 일상을 적어도 내가 비하하지 않는 게 자존감이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평범한 내 일상을 적어도 나는 비하하지 않고 살겠다는 마음, 그러니까 일기는 자존감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읽기와 쓰기는 고독해질 수 있는 자신감과 고독을 견딜 수 있는 인내를 키워준다. 일기를 써서 남기자. 그걸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결코 나를 지우지 못할 것이다.

 

p. 181

 

 

 

3. 태도 사전: 갈고닦기 위하여


 

3부는 좋은 기획을 꾸준히 해나가기 위한 태도와 자세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일이라는 영역 안에서 행해지는 기획은 어쩔 수 없이 고단함과 불안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저자가 지금까지 수많은 기획 일을 해오며 겪었던 감정과 과정을 바탕으로, 기획자의 세계에서 필요한 마음가짐을 담담히 전한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열정이 있노라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 열정을 습관화시키고 성실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삘’ 받을 때만 쏟아부을 수 있는 열정은 ‘취향’에 불과하다. 기획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결코 열정이라 불러선 안 된다.

 

p. 192


 

가끔 아이디어가 막 샘솟고 일이 술술 풀리는 경험을 하곤 했다. 사실 이 순간에 취해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 재능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방 터져 사라져버리는, 열정의 색을 입은 취향 거품에 불과했음을 깨달은 적이 있다.


저자 역시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획은 그 어떤 분야보다 당신 속에 있는 이야기로 이루어지기에, ‘그럼에도 꾸준하려는 마음의 등속’이 있어야 한다고. 또한 한 번의 훌륭한 기획보다 이 기획력을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는 항상적 시스템의 중요성 역시 강조한다.


“어쨌든 모든 기획은 기획자들에게 완전한 처음이다. 설레면서 두려운 게 당연하다.”


책에 담긴 많은 조언 중에서도 특히 이 문장이 나의 마음을 콕 찔렀다. 상상으로 벌여놓은 일에는 설렘을 느끼면서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처음’이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각오’라는 단어를 사전 맨 뒤에 배치한 심정도 이해가 갔다. 


 

출발하지 않고는 도착할 수 없다. 출발이 중요하다. 각오는 기획자에게는 출발의 단어다. (···) 세상에 내놓았을 때 외면을 받을 각오도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복잡한 연결망을 타고 끝내 나의 기획은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닿을 것이다.

 

pp. 238-241

 

 

*

 

책을 다 읽고 나에 대해 다시 돌아보니, 기획자에 대해 막연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넓게 상상한 것들을 조금씩 다듬어가고 좁혀가며 실현성 있는 기획을 해나갈 차례이지 않을까. 여담으로 책을 읽으면서 형광펜과 볼펜으로 필기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에서는 마음껏 필기하며 나만의 기획 교과서가 되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틀을 깬 느낌이 들어 마음이 좀 편안해진 기분도 든다.


저자가 소개한 스물아홉 가지 단어에서 추가로 하나의 단어가 내 머릿속에 생성되었다. 바로 ‘공유’이다. 사실 스물아홉 가지 단어에 따로 명시가 되어 있지 않을 뿐,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인용, 기획 사례, 본인과 지인의 경험 등을 자신만의 언어로 책에 담아 공유했다.


공유라는 뜻 자체에는 이미 두 사람 이상이 전제되어 있다. 아무리 알찬 내용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해도 그걸 누군가한테 보여주지 않고 혼자만 그 사실을 안다면 무슨 소용일까. 이는 기획의 역할과도 닮아있으며, 나 또한 저자의 공유를 이어받아 글을 기획했다.


나와 같이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 현재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커리어를 기획해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이 글과 책을 공유해 본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태도가 본인의 기획에서 빛을 밝히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긍정적 영향을 공유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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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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