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돌아온다. 흔히 '애인'이라 대체하여 부를 수 있는 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전 어떠한 일로 잠시 볼 수 없었던 걸그룹 '여자친구'다.
2015년 1월 데뷔하여, 2025년 10주년을 맞는다. 1월 13일 컴백과 1월 17일을 시작으로 세 차례의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귀환에 앞서 지난 12월 10일 킬링보이스에 출연해 지난 몇 년 간의 히트곡을 라이브로 불렀다. 타이틀곡만 보아도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 밤, 해야 등 명곡이 맞지만, 수록곡까지 하면 그 수를 세기 어려워진다.
킬링보이스에서는 타이틀곡 몇 개를 빼고 수록곡 몇 개를 불렀다. 그 선곡이 여자친구만 아니라 팬들이 애정하는 곡이 많은지라 오랜 시간 여자친구를 기다려 온 이들에게는 더 없이 아련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여러 곡을 연이어 부르는 킬링보이스의 특성상 곡 전체를 부를 수 없고, 그렇기에 곡 하나하나 너무나도 금방 끝나버린다는 순간이 매 초마다 든다. 동시에 일모든 순간 가슴이 뛰는 것은 그 모든 노래에 추억이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킬링보이스로써 멤버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고, 오랜만에 노래를 다시 들으며 전보다 성장한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어, 20분 조금 넘는 시간이 행복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게 있다면...... 어떤 가수를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인데 '아, 이 노래랑 그 노래도 좋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쉬움을 나누고 달래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지극히 개인적으로 꼭 들어보았으면 하는 여자친구의 수록곡을 적어 볼까 한다.
LOL
내가 보여 줄 놀라운
세상의 반의 반의 반도
넌 못 본거야
작은 발자국 하나 남겨진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거야
<너 그리고 나>를 타이틀로 한 앨범의 수록곡이다. 타이틀곡 분위기에 걸맞게 청량하면서, '파워청순'이라는 말의 대명사였던 여자친구의 감성을 잘 담고 있다.
여리다기보다는 순수하고, 그 순수함이 강함이 되게 해 주는 게 여자친구라는 생각을 이 시절에는 정말 많이 했었다. 언젠가부터 사라졌을지 모르는, 그리고 다르게 시작되었을 사랑에서 잠시 과거로 가 맑은 사랑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는 곡이다.
메모리아
두 번 다신 돌아갈 수 없을 텐데
계속 계속
밤새 너를 기다리고 있어
왜일까
Memoria Memoria
희미해질 기억이겠지만
끌어안은 채 강해질게
I love you I love you
전해질 테니
Memoria Memoria
다시 한번 네가 보고 싶어
잡히지 않아 달려가네
아득히 아득히 먼 곳으로
앞의 곡이 청량하고 맑은 곡이라면 메모리아는 살짝 격정적이고 아련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앨범으로 먼저 발매된 후에, 한국 곡으로 발매되었다.
더는 곁에 있지 않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그 사람이 있지만 여전히 그 사람과의 사랑을 느끼고, 그래서 다시 그 기억을 붙잡고 싶은 소중한 마음이 꾹꾹 담겨 있다.
이 앨범 타이틀곡이 <해야>인데, 발매가 1월이었어서 (수상 소감에서) 그 제목이 유머러스하게 쓰이기도 했다. 이번 2025년은 보다 새로운 마음으로 해를 맞는다는 마음으로 여자친구의 <해야>를 들어보면 어떨까.
휘리휘리
아름답게 피어올라 시간의 파도가 거세도
절대 시들지 않는 꽃이 되어 지켜줄게
영원을 담아온 꽃 세상의 모든 꿈들이
아름다운 꽃잎처럼 휘리휘리
여기 내 손을 잡아
언젠가 세상을 비출 너와 내가 피워낸 꿈들
생각보다 많이 아는 곡이라 생각한다. 오묘하게 몽환적이면서도 아련한 감성이 잘 담겨 있는 곡이다. 와중에 다른 곡에 비해 노래가 어렵게 느껴진다. 청순한 감성으로 노래하던 여자친구의 노래에 아련함이 더해진 게 노래 <밤> 때부터인데, 이미지를 크게 전환시키면서 또 한 번 역주행을 하기도 했다.
바람 바람 바람
햇살이 몸을 숨기면
설레는 마음 가득 모아볼까 특별하게
하나 둘 셋 하면 우리들만의 이야기
잠이 오지 않아 오늘 밤
시원한 바람 바람 바람 불어오면 만날까
너와 나 완벽한 아름다운 기억 지금 만들어볼까
<바람바람바람>과 <베케이션> 중에 어떤 곡을 적을까 하다 고민 끝에 <바람바람바람>으로 했다.
클라이맥스에 시원하게 올라가는 유주의 고음을 듣고 있으면 여름에 에어컨이 필요 없고 절로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타이틀곡이어도 괜찮았을 정도로 기승전결을 갖추고 여름 날씨에 어울리는 화창하고 시원한 분위기가 가득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노래를 시작할 때 파트 분배가 은하, 신비, 엄지로 이어지는데, 옥구슬 같은 목소리가 곡과 너무도 잘 어울려 귀가 즐겁기도 하다.
덧붙여서 여자친구 노래 중 '바람' 들어가는 노래들은 다 들어보는 게 좋다.
이번 여자친구의 콘서트는 2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팬들의 반응에 힘 입어 하루를 연장했다고 한다. 여자친구와 팬들이 갑작스레 이별했기에 그만큼 기다린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있겠지만, 꼭 팬이 아니었더라도 여자친구의 노래를 들으며 보낸 그 시절이 떠올라 콘서트의 한 자리를 채우고 싶은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시간을 달려서>의 경우는 시기 좋게 졸업식 시즌에 발매되었으며 졸업식이 되면 꼭 들어야 하는 노래 중 하나로 뽑히기도 하니, 여자친구의 곡은 많은 사람의 추억 안에 있다는 말은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끝으로 앞서 소개한 것 외에도 명곡이 많으니 하나하나 들으며 각자의 최애곡을 찾아보라는 말을 넌지시 남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