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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넌 도대체 왜 그렇게 예민해?"

 

어렸을 때부터 엄마한테 줄곧 듣는 이야기였다.

 

내가 예민한 구석이 좀 많기는 하다. 감각도, 언어도, 인간관계에도 예민하다. 그래서 예술을 좋아한다. 나의 예민함이 유일하게 장점으로 발현되는 세상이 예술이니까.


예민하다는 비난의 말 대신, 섬세하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다. 예리한 감각 탓에 상대를 피곤하게 만든 적도 있겠지만, 풍부한 애정과 배려도 그에 못지않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배려는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법. 물밑에서 섬세한 언어를 고르는지 전혀 모른다. 그저 '함께 있으면 편하다' 정도의 덤덤한 소감 평을 전할 뿐.


나는 말의 뉘앙스에 특히 예민하다. 책에서는 '시선',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단어를 쓰냐에 따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무의식을 조종하는 프레임이 결정된다. 단어를 단어 자체만 똑- 떼놓고 볼 수 없기에, 단어 선택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단어 하나만 삐끗해도 속마음은 여실히 드러난다.


요즘 내 직장엔 나르시시스트가 한 명 있다. 관찰 결과, 주로 폭력적인 단어를 쓴다. 평온하고 화목한 분위기를 해치려는 의도를 가진듯 심기에 거슬리는 단어만 골라 쓴다. 예를 들면 머리를 '대가리'라고 한다든지, 동등한 직위임에도 늘 명령조로 말한다.

 

폭력적인 단어를 쓰는 이유는 '프레임'을 장악하려는 본성 때문이라고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늘 상대에게 무시당할까 봐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는데, 자신이 먼저 상대를 겁박하고 무시하면 관계의 우위를 점하고 상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우리도 특정 단어를 쓸 때 상대의 무의식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인지해야 한다.

 

'예민'하다고 하면 사회 부적응자, 모난 사람처럼 느껴지지만 '섬세'하다는 단어를 골라 쓰면, 특별하고 예술적인 사람처럼 느껴진다. 예민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와, 섬세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쓰는 단어는 더욱 고심해야 한다. 프레임을 만들어 상대의 무의식을 변화시키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무심코 내뱉는 단어 한마디에 인생의 무게가 담겨있다.

 

말 한마디가 결코 가벼워선 안 되는 이유다. 말 한마디를 상대를 향한 무기로 쓸지, 생명수로 쓸지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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