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문학은 어제보다 오늘 더 필요하다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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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탐구하며, 인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세상을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진 현대 사회는 동시에 우리에게 다양한 불안을 안겨준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적 위기가 닥친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삶의 가치를 판단해야 할까?
특히 성과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는 현대인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진정한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불안 속에서,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며 우리에게 위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인문학은 우리의 삶에서 단순히 학문적 가치를 넘어 실질적인 삶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현대 사회의 불안을 직면하고 그것을 이해하며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텍스트를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알랭 드 보통, ‘Status Anxiety’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을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한다. 그는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근본 원인을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사랑이란 단순히 성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세상이 나를 인정해주길 바라는 욕구를 포함한다. 그는 이 두 가지 사랑을 인식해야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경제적 불안과 관련된 챕터에서 아담 스미스의 말을 인용하며, 부유한 사람은 세상의 관심을 받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부와 지위가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연결된다는 점은 불안의 근원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또한 성과주의 사회에서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어떻게 우리를 불안으로 몰아넣는지 설명하며, 남이 아닌 스스로가 세운 성공의 기준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보통은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리가 불안의 근본 원인을 인식하고,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세우며,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통찰은 우리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마음가짐을 제시해 준다.
우리는 우리를 어떤 기준에 맞춰 평가하고 있는가. 나의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를 평가하며 불안해하지는 않는가. 이제는 우리의 기준을 찾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자.
데이비드 소로, ‘Walden’
‘Walden’은 소로의 숲속 생활을 기록한 책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 그리고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충만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로는 책에서 ‘의도적인 삶’을 살 것을 권한다. 그는 인생의 본질적인 면을 탐구하고,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을 배우기 위해 도시를 떠나 숲으로 들어갔다. 소로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소로는 단순함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우리 삶의 대부분이 불필요한 것들로 채워져 있으며, 그것들을 제거하고 본질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소비하고,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며, 더 많은 성공을 쌓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삶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고, 변화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그는 철학을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충실할 때 비로소 삶의 참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 ‘Dead Poets Society’
“Carpe Diem, 현재를 즐기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이 유명한 대사는 단순한 외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영화는 학생들이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단순히 꿈을 쫓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영화를 다시 본 뒤 더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키팅의 가르침은 정말 성공했을까?
영화의 진정한 메시지는 단순히 현재를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키팅은 학생들에게 시를 통해 스스로 사고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시를 가리치며 단순히 창의성을 발휘하라고 말한 것이 아니다. 그는 그들 각자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고자 했다.
그러나 주체적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며, 이는 때로 고통스러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영화 속 닐이 자신의 꿈을 쫓으려다 결국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는 장면은, 주체적 선택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선택의 중요성과 함께 그 선택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책임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변화 속에서,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은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과 도전은 우리가 더 나은 인간이 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문학은 바로 이런 순간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도구이다.
인문학은 단순히 과거의 지혜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통찰과 힘을 제공한다. 불안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고,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며,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인문학을 한다.
[김민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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