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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 만나라.jpg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일상에 기분 좋은 일깨움을 주는 건 ‘문화생활’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이다. 전시를 보거나, 공연을 보거나, 영화를 보는 행위는 일상을 환기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의 저자도 첫 장에서 ‘일상생활에 클래식을 더하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클래식은 나를 성찰하게 하며, 행복을 느낄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그렇게 독자들은 클래식에 대한 경계심과 부담감을 내려놓고 호기심을 가진 채 책을 읽게 된다.


이 책은 방대한 클래식의 세계에서 모두가 대중적으로 알만한 베토벤의 음악을 소재로 한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베토벤과 그의 음악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첫 파트 ‘베토벤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시작으로 ‘시작할 때 들으면 좋은 곡’,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곡’,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 곡’, ‘진한 여운이 남는 곡’ 으로 분류하여 베토벤의 음악을 소개한다.

 

 

 

우리가 베토벤을 사랑하는 이유


 

음악을 향유하기 앞서 베토벤의 인생을, 그리고 왜 베토벤을 모두가 사랑하는지, 클래식에서 베토벤을 왜 알고 가야하는지에 대해 짧고 굵게 설명해준다.


베토벤은 살아생전 크고 작은 시련이 많았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가 자신의 술값을 벌기 위해 베토벤을 신동으로 몰아 혹독한 훈련을 시켰고, 독일을 떠나 오스트리아에 정주했을 땐 그의 스승인 하이든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청년기에는 난청으로 음악가의 길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그는 시련 속에서도 담대함을 잃지 않고 살아간 것이다.


그리고 베토벤 하면 남녀노소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곡이 많다. 그는 시대를 초월하는 모두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곡들을 남겼다. 모두가 공감할만한 보편적인 감정을 녹여내기에 긴 시간동안 계속해서 그의 곡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베토벤을 궁금해하고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엘리제를 위하여


 

처음 피아노를 배웠을 때 가장 쳐보고 싶었던 바로 그 곡 <엘리제를 위하여>를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여전히 여기저기서 흘러나올 정도로 모두가 사랑하고 여기 저기서 자주 쓰이는 곡이다. 그 곡에 대한 내막은 처음 알게 됐는데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베토벤이 숨을 거둔지 40년이 지난 채 발견된 이 곡, ‘엘리제’가 누군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엘리제라는 여인과 교류했다는 자료는 없고, 아마 ‘테레제 말파티’라는 이름의 여인이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당시 테레제는 17살, 베토벤은 40살이었는데 그때 당시의 다가갈 수 없는 마음, 그러나 그 소녀를 사랑했던 복잡 미묘한 마음이 담겨있는 듯 하다.


이 답답했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이다. 엘리제를 위하여 라는 곡의 제목만 들었을 때 여자친구를 위해 쓴 곡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짝사랑하는 사람 그것도 23살차이가 나는 사람을 위해 쓴 곡이라는게 놀라웠다. 묘하게 어두운 느낌이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내막을 알고 보니 이해가 됐다.

 

이야기를 알고 음악을 듣는 것은 더 깊이 있고 풍부한 이해를 더한다.

 

 

 

운명


 

모두에게 익숙한 이 음악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다.

 

1악장부터 눈이 뜨이고 귀를 사로잡는 익숙한 멜로디가 꽂힌다. 흔히 “빠바바밤”이라고 불리는 그 멜로디다. 그리고 2악장은 1악장과는 상반되는 평온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3악장은 다시 또 1악장처럼 거세게 휘몰아친다. 마지막 4악장은 3악장과 대비되는 힘차고 웅장한 음이 울려 퍼진다.


이렇게 악장별로 대조되는 <운명>은 마치 보통 사람들의 삶,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삶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운명을 작곡할 때 베토벤은 청력을 잃고 있었다. 그가 삶을 얼마나 곱씹고 되뇌었을지,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감정이 녹아있는 것 같다.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며 악화되고 나아지고를 반복했던 감정이 묻어난다.


처음 이 곡을 선보였을 때 괴테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질타를 받았지만 이내 이 곡은 모든 이들이 사랑하고 극찬하는 곡이 되었다. 경외감과 경탄을 자아내는 <운명>의 예술성을 모두가 가슴으로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

 

“베토벤의 초인적 의지에 의해 탄생된 음악은 듣는 이를 사색과 통찰로 인도해 심연의 감정을 체감하게 한다. 미움의 이면엔 사랑이 존재하며 고난의 끝엔 승리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좌절의 다음 굽이에는 일어섬이, 죽음의 반대편엔 여전히 뜨거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찬연한 음악으로 말한다.”


베토벤의 음악은 감정의 폭발이다. 그가 한 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베토벤의 곡이었다. 좌절하고, 극복하고, 사랑하고, 두려운 이 다양한 감정들을 음악에서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전율과 감탄이 오가는 베토벤의 음악 속에서 인간의 삶을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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