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화로 배우는 꿀잼 서양 역사 -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언제부턴가 역사 공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많아졌다. 책, 만화, 영화, 드라마, 영상 등 자신이 선호하는, 그리고 즐겨 보는 모든 콘텐츠를 통해 역사를 배울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실컷 즐겁게 감상을 하고 나서,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의 두뇌에 오래 기억될 역사 공부 방법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역시 일종의 역사 학습서이다. 서양 역사를 설명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도 많이 배신을 당하고도, 또다시 역사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제목이 너무도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동화를 즐겨 읽었다. 지금은 치마도 잘 입지 않는 사람이지만, 당시에는 공주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공주 드레스를 입고 공주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커서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유일한 목표는 왕자님을 만나는 것이었기에, 그 왕자님이 어디에서, 또 어떻게 등장하느냐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동화로 배우는 서양사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서양사를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그 시작점을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이야기에 두고 있다. 따라서 인트로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역사를 지루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골자는 '동화의 이야기에는 당시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라는 것. 동화의 이야기 구성은 갑자기 하늘에서 툭-하고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숨겨진 현실이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미처 모르고 지나쳤을, 그리고 어쩌면 다소 잔혹할 수 있는 현실을 끄집어 낸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서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 서양에서 붉은 머리를 싫어했던 이유, 마녀가 늙은 여성으로 그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자취를 감춘 아이들은 사실 십자군에 동원된 아이들이었을지도 모른다. 빨간 머리 앤이 자신의 붉은 머리를 너무도 싫어했던 이유에는 과거 수탈과 정복의 역사 속 소수 민족을 향한 편견 어린 시선의 영향이 있었다. 늙은 여성을 마녀로 그렸던 이유에는 여성을 단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역할로만 여겼던 지난한 역사의 흔적이 담겨 있다.
이처럼 그저 동화 속의 하나의 설정인 줄로만 알았던 부분 부분에 얽힌 역사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를 꼭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역사 이야기
어떤 주제이든 즐겁게 배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배우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껴야 기억도 더 오래되는 법이다.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지금껏 읽었던 역사 관련 책들 중 가장 재미있었다고 자신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암호 해독 전문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동화 속의 상징 속 숨겨진 의미를 발굴하는 작업의 최전선에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책 전반적으로 역사 속 다수의 이야기보다 소수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을 통해 정통 역사를 배우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중국과 대만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너무도 명확하다. 청소년 권장도서이지만, 성인이 읽어도 한치 부족함이 없는 재미있는 책이라는 것.
즐거이 읽었다. 읽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김규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