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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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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이십 대이지만 벌써 인생 전체를 통틀어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기억하게 될 일을 몇 번 경험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 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이다.


굉장히 유명한 작가이지만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책을 읽었던 건 스물 한살. 하루키의 책이 얼마나 좋던지 알게 된 시간은 짧지만 내가 읽은 책 중 누구의 책이 가장 많았나 찾아보면 아마 하루키의 책이 압도적으로 많을 거다. 평소 책 읽는 일을 좋아하긴 했지만, 특정 작가의 작품에 이 정도로 흥미를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하루키의 글은 잘 읽힌다.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읽는 것과는 별개로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하루키의 글은 쓰인 대로 쉽게 쉽게 읽힌다. 그래서 독서라는 취미를 이제 막 시작해 보려는 사람에게도 그의 책을 추천할 수 있다. 그의 글이 쉽게 쉽게 읽힌다고 해서 마냥 가벼운 글이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또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루키의 글들은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가벼운 듯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지만 그 글들이 일으키는 반향과 울림은 꽤나 묵직하다. 대체로 작가들은 생각의 크기와 깊이가 남달라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글들이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면 나 같은 경우에는 자세를 고쳐 앉고 달달한 초콜릿을 먹으며 정신을 다시 집중해 본다.

이렇게 하면 '아 역시, 인간이란 이런 거구나' 하며 나름의 사고가 확장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사고의 수준이 대단함과는 별개로 뭔가 인간의 주제를 넘어서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보통 내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 높은 글들에 관한 것일 거다)

하지만 하루키는 뭔가 다르다. 그의 글은 철저히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비롯되는 여유와 유머가 있다. 내가 보기에 그는 가벼운 사람은 아니지만 가벼움의 필요성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그의 글을 읽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그의 재치와 유머에 빠져 피식피식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재미있는 글이 아니었더라면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았을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에 대해 새로 인식하게 된다.

하루키의 글이 좋아질수록 나는 그의 삶에도 관심이 생겨 나름대로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그는 대학교에 다니다 재즈가 좋아서 재즈 카페를 차리고, 글이 좋아서 스물아홉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쓰게 된 사람이다. 그리고 재즈와 고양이 그리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다소 낭만 있는 사람이다.

이와 함께 내가 그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하루키라는 사람은 대단히 내성적이고 차분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뛰어난 관찰가로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무언갈 표현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그를 보면서 성공한 사람에 대한 나의 스테레오타입은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내게 성공한 사람이란 열정이 흘러넘치고 힘이 잔뜩 들어가서 주변 사람들과 환경을 자신의 에너지로 휘어잡는 그런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치만 하루키는 이런 유형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다.

그의 글을 통해 그를 상상해 본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오래된 레코드를 틀어놓고 커피를 마시며 일상적인 것에서 새로운 발견과 재미를 찾는, 무엇보다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즐기고 있는 중년 아저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음악으로 치면 보사노바 같달까. 사소하지만 깊이가 있으며, 따뜻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앞만 보며 달려가야 할 것 같은 세상 속, 가장 열심히 달릴 것을 요구받는 이십 대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존재를 알게 된 건 그야말로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직 모르는 것 천지지만 하루키의 글을 통해 '저런 삶도 참 멋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불안한 오늘도 나는 하루키의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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