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싶었다. 무용을 전공 하는 입장에서 발레 클래스는 모든 수업 음악이 클래식 음악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옆 콘서트홀을 지나갈 때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온 관객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일까. 내겐 클래식 음악이 미련처럼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클래식 음악이 좋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안우성 지음>책을 선택했다.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려나?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아는 만큼 들린다.” 음악의 성인이라고 부르는 베토벤의 일생에 치우친 책이 아닌 클래식 음악을 전반적으로 이해시키되 베토벤의 음악을 감미한 점이 좋았다. 책은 매 챕터가 끝나면 그 뒤에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부록 되어 있어 직접 설명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는 듣다 보면 귀청이 아픈 K-POP 음악이나 시끄러운 POP 음악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가사가 없고 잔잔하면서도 그만의 고유한 소리가 지속되는 클래식 음악을 선호한다. 따라서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책을 읽는데 지루하지 않고 훨씬 들으면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모든 예술, 그리고 예술가에게 고상함을 느끼는 지점은 온 일생을 바쳐서 한 예술에 몰두했다는 점이다. 베토벤 또한 그러했고, 어릴 적의 베토벤을 음악 신동으로 만들어 돈벌이를 하려는 아버지의 욕심, 그리고 스물두 살 독일을 떠나 오스트리아 빈에 정착했을 때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던 스승 하이든과의 관계 또한 좋지 못했다. 수많은 시련을 겪고도 한순간도 빠짐없이 음악만을 바라보며 작곡, 연주, 그의 음악은 아직도 누구나 기억하는 멜로디의, 클래식 음악의 최정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음악은 시간 예술이다.”, “음악가들에게는 몸이 악기다. 몸 자체가 악기고 악기와 몸이 하나를 이룬다.”
- 34p
책 내용 중 “음악은 시간 예술이다.”, “음악가들에게는 몸이 악기다. 몸 자체가 악기고 악기와 몸이 하나를 이룬다.”는 내용이 있다. 사실 나는 음악가들은 악기라는 매체를 갖고 하기에 그들의 정신만 악기와 일치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악기라는 말을 들으니, 정말 그들의 몸이 악기로 보이는 것처럼 한 순간의 시간을 위해서 수천 번의 연습을 하고, 몸을 관리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무대 위에서는 스포라이트 아래 당당하고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모습은 없고, 무대 뒤에서 작은 부상, 작은 시련 앞에 구멍 뚫린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도 하는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며 들은 곡은 <피아노 협주곡 2번, 내림나장조, Po.19>이다. 나도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우고 쳐본 적이 있다. 매번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의 영상을 보면 그들의 화려한 손기술, 건반 위를 날아다니는 손짓을 감상하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책을 읽으면서 귀로만 음악을 들었다. 생각보다 영상을 봤을 때 감상하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내가 상상하는 대로 머릿속에서 음악과 함께 날아다니는 상상이 든 경험이었다. 아직 악보에 표기된 빠르기, 템포 등 다른 용어들은 모르지만 음악이 주는 직감이란 게 있다. 이 직감은 너무나 고유해서 사람마다 다 다르고, 누구나 떠오르는 대상도 다를 것이다.
책의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운명] 교향곡으로 베토벤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때 마주한 웅장함과 두려움, 경이로움은 아직도 인생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순간은 음악을 들으면 공감되는 부분이다. 아무 정보 없이 들은 음악에서 베토벤의 감정을 온전히 다 느낄 수 있었고, 저자는 그때의 잊지 못할 순간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음악이 탄생한 배경부터 클래식이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순간, 솔리스트이자 음악 감독으로 활동 중인 저자가 직접 선별한 베토벤 베스트 연주 영상까지 한 권에 모두 모은 책이다.
클래식은 사실 어렵기만 한 음악이 아니다. 위트 있고 단순한 음악도 많다. 만약 짧은 곡이 좋다면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부터, 베토벤의 웅장함을 느끼고 싶다면 [운명]부터, 형식과 경계를 뛰어넘는 환희의 곡을 듣고 싶다면 [합창]부터 시작해 보자. 저자는 어느 곡을 들어도 베토벤에게, 더 나아가 클래식 음악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음악을 듣는 순간 밀려드는 감동과 경이로움이 나의 단조로운 일상을 가득 채워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이 클래식 음악 세계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가끔은 이렇게 베토벤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클래식 음악의 입문은 이제 시작이니, 지금의 기쁨을 최대한 누려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