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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캐드펠 수사 시리즈 [도서]

by 김상준 에디터
2024.11.25 19:24

 

 

추웠다가 덥기를 반복하며 들쑥날쑥 변덕을 거듭하던 날씨도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겨울로 접어들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두꺼운 패딩을 껴입어도 떨리는 몸이 멈추지 않는 완연한 겨울의 품속에 안겨 있을 것을 알기에 벌써 몸이 굳어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추위에는 유독 약한 사람이기에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몸이 얼어붙은 좀비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잠시 스쳐 가는 바람에도 이토록 차가운데, 얼음 속에 갇혀 죽어가는 이의 추위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캐드펠 박스 실사.jpg

 

 

누군가는 문학이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져 부드럽게 녹여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유연한 사고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마음의 양식이라고도 한다.

 

상당히 날이 선 태도로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나에게는 그런 말들이 꽤 편파적으로 들린다. 열역학법칙은 이 세상의 에너지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딘가 따스해지면 어딘가는 차가워진다는 명제가 성립한다. 그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우기 위해 어디에 사는 누군가의 마음은 차가워지고 있다.

 

그럼, 누가 고개를 돌려 그 차가워져 가는 자들을 바라봐줄 것인가.

 

["슈르즈베리 인근에 내리는 눈송이는 가루처럼 가늘어, 바람이 불면 흰 눈송이와 검은 흙이 만들어낸 무늬가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제 남쪽을 향해 들판을 질러 말을 타고 달려가자 세상은 차츰 흰빛으로 변해갔다. 구덩이란 구덩이는 모두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뭇가지들은 눈의 무게에 짓눌려 땅을 향해 축 늘어져 있었고, 하늘에는 검푸른 먹구름이 가득했다. 이런 날씨가 계속되다가는 곧 굶주린 늑대들이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와 인가까지 헤매고 다니게 될 것이다."]

 

비와 먹구름으로 가득한 나라가 영국이라고 했다. 눈치는 개나 줘 버린 흐리멍덩한 구름이 사시사철 따스하고 맑은 해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나라. 부슬부슬 떨어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비에 매일 같이 신경이 긁히는 나라.

 

그런 나라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빅 벤도, 어두운 밤하늘 아래서도 빛나는 거리를 만드는 불빛도 없던 때. 하늘에 닿고 싶은 마음인지 억울함에 꿰뚫어 버리고 싶은 충동의 표현인지 모를 첨탑만이 끝도 모르고 높게 솟아올랐던 때. 이미 메말라 버린 빈자들임에도 어떻게든 남은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고자 배고픈 이리 떼처럼 달려드는 저 몇 없는 무리를 피하고자 창문마저 숨구멍만 남겨 놓고 살던 시절. 사람 사는 도시임에도 산자의 무덤들로 가득한 묘비의 숲 위로 떨어진 새하얀 싸라기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얼음에 갇혀 죽어버린 자를 찾으려 나아가는 사람들. 그 풍경의 어느 구석에서 따스함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그 피부가 쪼그라들 것만 같은 서늘함과 아리는 추위가 추리소설의 매력임은 틀림없다.

 

감정은 결여되었을지라도 감각은 예민하게 살아있는 묘사와 이성을 저 앞에 세우고서 감성을 저 먼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이 추리소설이다. 그렇기에 이 냉정하고도 잔혹하기 그지없는 세상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의심하고 무엇하나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어느 한 줄의 문장이라도 따스함이 느껴진다면 안심할 것이 아니라 의심해야 한다. 감정이 메말라 실금이 사방으로 퍼져나간 땅 위에만 이성의 비가 내리고, 이성의 비가 멈춘다면 감정의 햇살이 내리쬐어 냉철한 사고는 증발한다.

 

하니 만약 당신이 원하는 것이 마음이 따스해지는 온기라면 첫 장조차 펼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아무것도 망설이지 말고 당장에 표지를 넘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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