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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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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역사소설, 추리소설, 탐정소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읽기에 앞서 작가와 시대적 배경을 알아보고 책 표지를 넘기는 습관이 있으나, 이번에는 별 기대 없이 그냥 책 표지를 넘겼다.

 

감상이 책 뒤표지에 짧게 서술되어 있는 대부분의 책과 달리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첫 페이지에 짧은 리뷰들이 있다. 작가인 앨리스 피터스에 대한 찬사와 셜록홈즈에 비견되는 창조물 등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대한 찬사의 글귀에 기분 좋은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이 책의 주요 배경인 중세 웨일스, 슈롭셔, 웨일스 국경지대와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책을 읽다 보면 한 번씩 이 페이지로 돌아오게 되는데, 마치 내가 책 속의 캐드펠 수사가 되어 지도 속 수도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몰입감도 선사해 주었다.

 

18년이라는 세월 동안 앨리스 피터스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집필했다는 사실 역시 한권의 책을 읽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역사적 사실에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들의 놀라운 상상력이 더해져 숨 쉴 틈도 없이 또 다른 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중세 시대 영국의 어지러운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수도원의 수사들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여러 인물들의 서사들이 치밀하게 묘사된다. 실제적 배경, 역사, 그리고 가상의 인물들이 겹치며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환상을 만들어낸다.

 

주인공인 캐드펠은 수도자이자 약초를 다루는 이로서 수도원으로 들어오는 환자들을 보살피게 된다. 중세 수도사의 경건한 허울이나 종교 이외의 것들을 경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실제적인 인물로 모든 주변인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한 인격의 소유자이다. 각 책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캐트펠 수사의 두 눈은 실오라기 하나라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CSI’같은 과학 수사물 시리즈의 장르까지 겹쳐진다.

 

시리즈 중 6권에서 10권에 해당하는 책을 읽으며 표지에 그려진 각기 다른 눈처럼 독자 역시 캐드펠 수사의 입장에서 사건들을 추리하게 될 것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순간 빠지는 묘한 희열감은 다소 투박해 보이는 시리즈물을 단숨에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대체로 추리가 적중한다는 옅은 자만심으로 책을 읽어나가던 와중, <얼음 속의 여인>편은 읽는 내내 마주하는 반전으로 집중력을 높였다. 시리즈물이지만 각 편마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기에 캐드펠 수사의 지혜와 추리력에 감탄할 것이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기지 않기에, 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도전해 보고자 한다면 6권인 <얼음 속의 여인>을 먼저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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