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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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는 없는, 내가 스쳐온 수많은 순간들이 만들어온 지금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가 마주쳤던 문화와 예술이 나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돌이켜보고자 한다.


글을 읽을 줄도 모르지만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워버리던 어린 시절 - 어린 시절부터 나는 책을 참 좋아했다. 아직 한글을 다 떼지 못했을 때에도 언제나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셨던 부모님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좋아하는 책이라면 몇 번이고 부모님께 다시 읽어 달라고 했기에, 읽을 줄도 모르는 책을 통째로 외우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었다. 6살 차이가 나는 사촌오빠가 읽는 청소년 소설을 유치원생 때 모조리 읽어버린 적도 있다. 크면서 다른 관심사가 생김에 따라 책과 조금 멀어졌던 적도 있었지만, 이전의 독서 경험은 여전히 책을 친숙한 존재로 여기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단지 읽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내가 속한 일종의 커뮤니티처럼 여긴다. 책을 통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시야를 얻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며 타인의 독서 경험으로부터 간접적인 배움을 청하기도 한다. 그러니 책은 지금까지도 내가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다.


K-pop 조기교육의 산물이란 누군가를 좋아하는 기쁨을 배우는 것 - 나는 또래보다 비교적 일찍 대중문화와 연예계에 눈을 뜬 경우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사촌들 사이에서 커서 그런지, 유치원 때부터 동요 대신 2세대 아이돌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 주말이면 <뮤직뱅크>나 <음악중심>을 틀어놓고 소녀시대의 춤을 따라 추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그 시절 아이돌들은 하나 하나 전부 나의 추억 속에 굵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내가 가장 사랑했던 나의 아이돌은 비스트(하이라이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도 계기도 없이 빠져들게 된 맹목적인 사랑이었지만, 그 시절의 나에겐 가장 큰 기쁨이자 자부심이 바로 비스트였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을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된 것 같다. 시간이 흘러 내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 나의 그런 응원이 그들에게 닿은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어른이 된 지금 K-pop이란 세계를 들여다보면 그것의 명과 암이 참으로 분명해서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나에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그리도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은 확실하다.


PD라는 직업을 꿈꾸게 해준 프로그램, <1박 2일> - 토요일의 ‘무도키즈’가 있다면 나는 일요일의 ‘1박 키즈’였다. 당시 <1박 2일>에는 출연진들 뿐만 아니라 PD, 작가, 카메라 감독과 조명 감독 등,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재밌는 장면들을 만들어 냈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한 팀처럼 친밀해보이는 모습에 괜한 동경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만들어내는 편안한 웃음이 어렸던 나에게도 참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나도 저런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그때 처음으로 PD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서, 막연히 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도 나는 방송PD를 꿈꾸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막연한 동경심보다는 PD라는 직무 자체에 대한 나의 직업 가치관이 생기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바라는 프로그램의 이상적인 풍경은 어린 시절 나를 걱정 없이 웃게 한 <1박 2일>과 같은 풍경일 것이다.


예술 전공으로 나를 이끌어준 공연예술 - 나는 대학에서 예술 철학과 비평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지금 대학에 입학했고, 그 안에서 세부 전공을 대학교 1학년 때 선택했는데, 그 선택의 계기에는 공연예술이 있었다. 내가 공연예술의 매력을 처음으로 느낀 것은 고등학생 시절 연극을 연출했던 경험이었다. 그땐 단순히 다 함께 공연을 만들어 가는 보람과 기쁨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에 온 뒤로 공연예술과 관련한 교양 수업을 듣고, 뮤지컬과 연극에 빠지며, ‘공연’의 문법으로 말할 때 가장 호소력 있는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예술과 비평에 관심을 갖게 되어 지금의 전공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예술에 관련된 전공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기에, 다소 무모한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 이 전공이 내가 앞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내가 삶을 지탱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문화예술이 지금의 나의 성격과 취향, 그리고 선택을 만들어 왔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오직 '나 자신'이 되기 위하여, 수많은 문화예술들과 마주치며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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