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상과 환상 그 사이의 인물 스냅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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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분,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스몰토크를 나누면서 포즈 디렉팅을 해주면서 짧은 시간 안에 쉬지 않고 셔터를 누르면 적을 땐 150장, 많을 때는 약 300장 정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3년 동안 간간이 인물 스냅을 찍어 오면서 이제는 한 시간에 200장 정도의 사진은 너끈히 찍는다. 그 수를 전부 헤아릴 수는 없어도 족히 100명에 가까운 인물의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동안 인물 스냅을 왜 찍느냐고 묻는 말에는 전부 취미라고 대꾸했지만, 사실 인물 스냅은 내게 취미보다 강한 책임감과 높은 미의식을 추구하게 하는 그 이상의 창작 활동이다. 이는 인물 스냅 촬영에 필수적인 사람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며 소통이 가능한 대상이므로 이들과의 상호 작용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냅은 필연적으로 콜라보레이션 작업이며 이른바 나의 '추구미'와 클라이언트의 '추구미' 사이를 조율하면서 작품 세계의 원형을 온전히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스냅 작가로서 창작에 관한 고충을 털어놓는 고민 상담과도 같은 글을 쓰는 것이 본 오피니언의 목적은 아니다. 본 오피니언에서는 작가의 이러한 고민은 작가의 고민으로 남겨두고, 촬영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백분 실현할 수 있는 팁을 전해주고자 한다.
사실 타인의 시선에 의존해 자신의 모습을 담는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촬영이 즐거웠던 만큼 모델의 입장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도 몸소 느껴왔기에 언젠가 이런 목적의 글을 반드시 쓰리라 다짐했었다. 나아가 이러한 스냅 촬영에 관심은 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혹은 자신의 모습에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 또한 전해지길 바란다.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하루를 비일상의 방식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20대 여성들과 작업해 오면서 뷰파인더를 통해 보았던 그들의 순간은 작가의 추구미와는 별개로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곧 내 분위기가 된다: 추구미와 도달가능미를 좁히기
스냅을 촬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바로 자신의 추구미가 '도달가능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눈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기우는 쪽이 아니라 무난하고 안전한 이미지를 선택해 핸드폰보다 화소 수가 더 많은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을 뿐인 사진이 될 때도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준비하는 만큼 이럴 때는 우선 작가와 소통하기를 권하고 싶다.
인물 스냅 촬영은 특히 레퍼런스를 대부분 참고하므로 사진 작가의 도움을 구해 소품, 의상을 비롯한 촬영 준비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화하고 좁혀 가면서 원하는 이미지와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 사이의 간격을 충분히 좁혀갈 수 있다. 사용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회성에 불과한 촬영일지라도 약간의 노력을 들이면 멋진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 자체를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촬영의 과정, 보정본 셀렉, 사진 보정의 과정에 전부 깊이 관여하고 모호한 형태로 추구미를 다듬는 과정에서 사진에 부여할 스토리를 생각하곤 했다. 이렇게 인물이 하나의 사연을 가지게 되면 잘 알던 지인의 모습도 낯선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다.
특히 모델이 이러한 스토리를 체화하게 되면 촬영 자체의 즐거움도 더해질 수 있다.
예쁘게 웃는 방법이 아니라 활짝 웃는 것을 연습하자: 표정만큼은 일상적으로
촬영 경험이 적은 모르는 일반인과의 촬영에서 가장 얻기 어려운 컷은 활짝 웃는 표정을 짓는 장면이다. 어색하기 때문에, 혹은 웃을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쉽게 웃음이 나오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웃는 얼굴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도 있다. 확실히 웃게 되면 얼굴이 조금 일그러지기는 하지만, 모든 사진에서 비슷한 표정이나 굳은 표정을 짓게 되면 이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평소 모습과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웃는 표정이 단순히 사진에 '예쁘게' 나오기 때문에 웃는 것을 연습하라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편한 분위기 속에서는 다채로운 표정을 짓고 있고, 긴장을 풀면 특히 잘 웃게 되는 만큼 긴장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흔히 말하는 예쁜 표정, 예쁜 웃음을 연습하기보다는 특정 감정을 유발하는 순간을 기억해 두고 표정 연습을 가볍게 해두면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푸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연습했다고 해도 물론 처음부터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촬영하면서 스몰토크를 나누는 등 작가와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사소한 방법에서 출발해서 촬영 중에 조금씩 긴장이 풀어질 때마다 다양한 표정을 시도해 보면 뒤로 갈수록 표정을 풀 수 있게 된다.
인물 스냅을 찍을 때 요구하는 분위기와 연출은 각기 다르더라도, '실물과 다르다'는 말은 듣기 싫은 것이 흔한 심리다. 실물과 다르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목구비 자체를 뜻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어색하고 낯선 분위기를 풍길 때도 느낄 수 있는 감상이다. 물론 이 서툴고 무례한 표현에 상처받을 필요는 없으나 촬영 시 이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팁을 기억해 두면 좋다.
많이 보고 듣고 생각하자: 마인드 트레이닝하기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면 사진을 많이 감상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스냅 촬영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찍는 사람이든 찍히는 사람이든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구체화하는 것이 좋다. 즉 참고하려는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고, 사진이 아니더라도 구체적인 심상이 떠오르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이러한 작업을 거치기를 권유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러한 이미지를 복제하거나 똑같이 따라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독창성(Originality)이라는 것은 허구처럼 보일 수 있으나 다양한 작품을 접하게 되면 정형화된 이미지를 정교하게 다듬어 새로운 영감을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왕가위 영화를 보고 영화 사운드트랙까지 듣고 난 후에는 말 그대로 추상적인 감각에 불과한 감성을 느끼며, 나른한 분위기를 몸으로 표현하는 포즈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다.
이러한 마인드 트레이닝은 어느 구체적인 순간, 자신을 어떠한 구체적인 모습으로 데려다 놓을 수 있는 정도에 다다를 정도가 되면 실제 현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머릿속으로 가상의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촬영이 이루어지는 스튜디오나 특정 스팟의 분위기를 알고 있으면 더욱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포즈를 구상하거나 연습을 미리 하려 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뜻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진을 몇 컷 찍다가도 포즈를 바꾸려 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경우도 있다. 공간 활용과 몸을 쓰는 법, 시야를 넓게 쓰는 법도 중요하지만, 정해주는 포즈보다도 자신이 직접 연출하는 포즈라면 더욱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올 수 있기에 마인드 트레이닝은 실제로 몸을 써서 움직이는 것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러한 포즈를 교정해 주는 것은 어차피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작가의 역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자신답지 않다는 걱정은 뒤로 하기를 바라며
인물 스냅은 민증이나 여권 사진처럼 반드시 구체적인 쓸모를 가지는 사진은 아니지만, 그만큼 높은 자유도를 가지기 때문에 특별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일상을 기록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 이러한 스냅 촬영의 딜레마라고 한다면, 작가의 손길과 시선이 닿은 시선에서 이질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인물 스냅은 상품화된 서비스에 가깝고 작가 개인의 작업이기도 한 만큼 특별한 만큼 그 특별함이 자신이 지향하는 특별함을 비껴가는 일도 일상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당신이 당신답지 않는 모습이래도, 작가는 그 모습을 특별하고 아름답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뒷통수를 볼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평생 모를 지라도 타인의 시선에서 본 당신의 모습은 당신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이미 우리의 눈에는 충분히 아름다운 모습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시선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시선이 비껴가도 그 시선이 닿은 곳 전부가 아름답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이 자신답지 않다는 걱정은 뒤로 하고, 기록하는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서예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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