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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하얗다. 겨울 공기는 매캐한 듯 뿌옇지만 맑고, 크게 들이마시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맨얼굴 위로 스치는 바람은 따가워도 아프지는 않다. 그리고 겨울은 한 해의 즐거움과 괴로움 모두를 한데 모아 태워버리는 벽난로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계절이 돌아오면 듣는 곡을 몇 곡 모아봤다. 선곡 기준은 노래에서 느껴지는 찬 공기이다. 듣자마자 겨울이 왔음을 직감하게 되는 곡 말이다.
 
봄이나 여름에는 겨울을 기대하게 되고, 겨울에 들으면 지금 찾아온 이 계절을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이미지들을 살펴보자.
 
 
 

Kurt Elling - Leaving Again/In The Wee Small Hours


 
 
 
커트 엘링은 미국 시카고 출신의 그래미 어워드 재즈보컬 부문 수상 2회에 빛나는 보컬리스트로, 특유의 굵직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커트 엘링이 부른 많고 많은 곡 중에서 하필 'Leaving Again/In The Wee Small Hours'을 추천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앞서 말했듯 노래에서 찬 공기가 느껴졌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눈 덮인 산장과 다정하고 씁쓸한 발로나 초코 라떼도 같이 떠올랐다. 프랭크 시나트라, 미첼 부텔 버전도 좋지만, 산장과 초코 라떼가 떠오르는 버전은 커트 엘링이 유일하다.
 
이번 곡은 'Nightmoves'의 수록곡이니 'Undun', 'I Like The Sunrise'도 같이 들어보기를 권한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 북천이 맑다커늘


 
 
간략히 소개하자면 R&B로 듣는 국악이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앨범 1집 'Soul Free'의 1번 트랙으로, 나얼이 조선시대 문인 임제(林悌)의 동명 시조를 국악 수업 중에 접한 뒤 작곡했다. 임제가 기생 한우에게 준 시조인 만큼, 한우가 임제에게 보낸 답시 '어이 얼어자리'도 있다.

 

북천이 맑다커늘

우장없이 길을 난이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개인적으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북천이 맑다커늘'은 임제와 한우의 사랑 이야기보다 적막한 자연 풍경으로 와닿았는데, 그 이유가 켜켜이 쌓은 화음, 여백을 남긴 절제된 편곡에 있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지금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이다. 소설은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이니 올해는 우산 없이 첫 눈을 맞으며 이 노래를 들어보면 나름대로의 추억을 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강아솔 -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강아솔 4집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의 수록곡이다.
 
개인적으로 가사는 음악에 편입된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음절과 단어, 소리와 가창자가 만나는 지점의 감응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텍스트의 외피를 쓴 멜로디라고. 그래서 노래를 들을 때 가사 자체보다는 멜로디가 주는 이미지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데, 이 곡을 들으면서는 마음에 내려앉는 가사를 느꼈다.
 
차분한 가사에 담아낸 쓰린 감정을 쉽사리 가늠할 수 없었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다 

나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되었고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려다

나는 나를 외로이 버려두었지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가사 중에서

 

 
하나의 곡만 추천하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인상적인 앨범이다.
 
첫 번째 트랙 ‘어떤 겨울은’부터 마지막 트랙 ‘사랑을 하고 있어’까지 버릴 곡이 하나도 없으니, 삶을 애써 끌어안으려다 마음을 크게 다친 기억이 있다면, 꼭 듣기를 바란다. 깊고 깊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노랫말과 따뜻한 목소리가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Vince Guaraldi Trio - A Charlie Brown Christmas


 
 
한 달 뒤면 크리스마스이니 노래 한 곡이 아닌 앨범을 추천하겠다. 빈스 과랄디 트리오의 재즈 캐럴 명반 'A Charlie Brown Christmas'이다.
 
우리에게 피너츠로 유명한 그 앨범 맞다. 'Linus & Lucy’, ‘Christmas Time Is Here’ 등의 오리지널 창작곡부터 'O Tannenbaum’, 'Little Drummer Boy’ 등 유명한 캐럴에 이르기까지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곡이 많다.
 
'A Charlie Brown Christmas'는 피너츠의 아이들을 닮은 천진함과 즐거움을 가득 담았다. 재즈를 잘 몰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혹여나 이번 앨범이 마음에 들었다면 듀크 조던의 Glad I met Pat (Take 3 / Take 4)도 들어보기를 바란다.
 
약속 장소로 향할 때 들으면 기분이 꽤나 좋아진다. 가벼운 발걸음과 설레는 마음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과도 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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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듣는 노래를 몇 곡 모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겨울이 아니어도 듣는 노래들이다.
 
혹시 가장 좋아하는 밑반찬을 아껴두다 마지막에 먹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지. 그 순진한 마음으로 겨울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소개한다고 말하겠다. 아니다. 음악으로 겨울의 여러 장면 채집하기라고 정리하자.
 
이 글을 읽은 모두가 마음 속에 겨울을 품기를 소망한다. 적막하고 차분한 장면도, 즐겁고 설레는 마음도 전부 겨울의 모습이니, 당신들도 찬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넘치도록 살아 있음을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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