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두 살의 임진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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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이의 시선으로 임진왜란을 보다
잭스트리, 『열두 살의 임진왜란』 영상화 판권 계약 체결
3D 애니메이션 기획, 제작 전문 회사 ㈜잭스트리가 지난 10월 27일 황혜영 작가와 소설 『열두 살의 임진왜란』 영상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열두 살의 임진왜란』은 황혜영 작가가 2020년 발표한 청소년 소설이다. 임진왜란 당시 생활상을 세밀하게 기록한 『쇄미록』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으로, 탄탄한 고증과 섬세한 묘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이 작품은 그동안 영웅이나 왕의 관점에서 다뤄졌던 임진왜란을 일반 평민의 시선으로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잭스트리 역시 기존의 임진왜란 이야기와는 다른 결에 매력을 느껴 영상화를 적극적으로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열두 살의 임진왜란』은 잭스트리의 첫 번째 소설 원작 영상화 계약이다. 2025년 개봉을 목표로 스튜디오 애니멀과 함께 제작 중인 <아홉산숲: 파라고스트>에 이은 잭스트리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이번 영상화 판권 계약 체결과 관련해, 잭스트리의 이원철 대표는 최근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장은 척박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어린이용 작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불모지에 가깝다는 것이다.
작품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전문 인력이 양성될 기회가 없고, 이는 다시 작품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산업 내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 이원철 대표의 입장이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열두 살의 임진왜란』으로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의 뜻을 밝힌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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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상화 계약 체결식을 마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어메이징한 IP와 결혼하자’라는 스튜디오의 슬로건 아래 그간 웹소설, 웹툰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작품들을 검토하던 중 방송다큐 작가인 후배의 추천으로 『열두 살의 임진왜란』을 접하게 되었어요. 진한 감동과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되는 울림에 반해 작가님께 주저 없이 영상화 제안을 드렸죠.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계약이 무사히 이루어졌어요. 진행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Q. 많은 이야기 중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선택한 배경에 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A. 나이가 들수록 당대 정치인이나 영웅에게 초점을 맞춘 임진왜란 이야기보다 평범한 민중들이 전란 속에서 어떻게 삶을 이어 나갔는지 관심이 가는데요. 『열두 살의 임진왜란』도 천민인 열두 살 여자아이 ‘담이’를 주인공 삼아 전쟁을 그려냈다는 점이 눈에 띄었어요.
소설은 심부름을 떠났다가 갑작스럽게 전란을 맞이한 담이가 치열하게 살아남는 과정과, 아이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상을 다룹니다. 순진하고 철없는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그 당시 풍경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감정이 절제된 카메라가 기록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마저 들어요. 이 이야기를 반드시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소설을 먼저 읽어 보셨을 때 어떤 장면이 가장 와닿았나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게 되었을 때 기대되는 장면은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A. 이 작품은 실제로 그 시절을 9년 3개월간 빼곡히 기록한, 선비 오희문의 『쇄미록』을 바탕으로 하여 고증이 잘 되어 있어요. 그래서인지 당대 풍경과 그때 사람들이 살았던 집, 먹었던 음식, 입었던 옷 같은 게 흥미로웠어요. 고증에 충실한 이 다양한 요소를 애니메이션으로 해석하고 재현해보는 것이 가장 기대됩니다. 432년 전 조상들의 삶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되는 드라마틱한 경험을 어서 모든 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Q. 나중에 완성된 애니메이션이 어떤 작품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기를 원하나요?
A. 주인공 ‘담이’를 통해 길가에 빠져나온 하찮은 풀뿌리 같은 것도 생명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제가 소설을 읽을 때 그러했듯, 잊고 살았던 따스한 마음과 연민을 다시 깨워보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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