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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요"


작은 어촌 마을에서 탈출을 꿈꾸던 젊은 어부 용수는 늙은 선장 영국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고로 자신의 죽음을 위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영국은 한 달이면 용수의 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거라는 말을 믿고 위험한 거짓말에 동참하지만, 용수의 죽음을 믿지 않는 가족들로 인해 계획이 어긋나는데...


살기 위한 거짓말, 절망일까 희망일까.

 

 

박이웅 감독의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을 휩쓸며 '올해의 영화'가 탄생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윤주상 배우와 양희경 배우의 열연 덕분에 영화에 더욱 몰입하여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박이웅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나오셔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주셨는데, 극장에서 나왔을 때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양희경 배우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영화는 아마 보시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지 않으실 거에요. 왜냐하면 우리의 삶의 이야기가 영화 곳곳에 있기 때문에, 삶의 무게가 느껴지셔서, 무거워서 못 일어나실 거라고 생각해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슬픔도 있고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묻어있기에 충분히 공감하시면서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배경은 한 어촌 마을이다. 젊은 어부인 용수는 어촌 마을을 탈출하기 위해 영국에게 자신이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늙은 선장인 영국은 용수의 죽음을 도왔고, 죽음을 믿지 못하는 용수의 어머니 판례, 그리고 용수의 베트남 아내인 카작(영란)과 어촌 마을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한국 사회에 잘 비춰지지 않은, 어촌 마을의 이야기를 깊게 다루어낸 거 같다. 양희은 배우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 어떠한 큰 감정이 느껴지기보단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인생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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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센 늙은 선장인 영국은 극에서 다양한 감정선을 마주하게 된다. 용수의 위장 죽음을 책임져야 하는 것, 카작(영란)과 판례의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것, 자신의 딸에게 절연을 당한 것 등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영국은 극에서 기댈 곳 하나 없이 모두 자신이 책임져 야하는 일이었다.

 

위장 죽음이라는 것은 흔하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영국의 삶에 흐름과 여러 감정선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감정이기에 영국이 나오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마음에 무거워졌다.

 

특히 한 가정의 가장인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도 가장은 처음이다. 처음 겪는 일 앞에서도 능숙하게 마주해야 한다. 아빠도 울타리가 필요할 텐데, 항상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어주기만 한다. 극에서 영국이 그런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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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는 자신의 어머니인 판례와 베트남 아내인 카작(영란)을 뒤로하고 어촌 마을을 떠난다. 자신의 죽음이 법적으로 인정되면 보험금이 나오고, 그 돈으로 가족들이 평생 먹고살 수 있기를 원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청년들의 모습들이 생각났다. 아직까지는 사람을 평가할 때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겉으로만 보이는 번지르르한 모습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나의 행복이 아닌 다들 누리는 행복을 좇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용수의 마음도 그렇지 않았을까. 판례와 카작(영란)은 많은 돈을 가지고 평생 편하게 사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용수가 곁에 있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용수는 작은 어촌마을의 한계를 알기에 가족들을 뒤로하고 사라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평범함'의 기준이 너무나 높다. 그런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일까. 홀로 떠나는 용수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여러 감정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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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았던 영화의 장면이다.

 

판례와 카작(영란)이 함께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걸어간다. 베트남으로 떠나야할까 봐 두려워하는 카작, 아들인 용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판례. 하지만 묵묵히 살아가야 하는 삶의 현실과 쓸쓸함이 가슴 깊숙이 와닿았다.

 

극 중의 영란은 한국 사회에 그래도 아직은 따듯한 보살핌이 있는, 그러한 희망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타지에서 용수만 바라보고 온 카란은 한국에서의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한다. 판례는 그런 카란의 손을 꽉 잡고 함께 나아간다. 혼자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때 따듯한 손길이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촌 마을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들과의 멀어진 관계,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 등 여러 상황들을 조명하며 각각 다루어지는 요소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 갈 수 있는 포인트들이 곳곳에 묻어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항상 재밌다, 무섭다, 놀랍다, 슬프다 한 감정이 유독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침바다 갈매기>를 보고 나왔을 때는 하나의 큰 감정보단 잔잔한 울림이 지속되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여러 희로애락이 묻어 있는 영화. 누군가의 삶에 들어갔다가 나온 기분이 드는 영화라고 설명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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