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마케팅 인턴으로 근무를 할 때, 매 월 인스타그램의 목표 팔로워수가 있었다. 당연히 목표치는 매월 갱신되었고, ‘과연 이 목표의 끝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왜인지 모를 갑갑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문득 내가 ‘인간 인스타그램’이었다면 2-3년간은 거의 똑같은 팔로워 목표치를 기록하고 있는 정체된 계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3년 전에 비해 어떤 정량적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자기 계발과 성장, 그리고 발전이 적어도 지금의 핫한 키워드인 지금, day1 , day2 .. 날이 갈수록 능력치를 쌓아가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우리의 성장은 차근차근, 매일 일정량 이뤄져야 하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생각했다. 우리의 성장에는 아주 관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포켓몬처럼 매번 엄청난 진화와 발전을 이루기 어려운 나를 위해, 또 누군가를 위해 새로운 ‘성장 지침서’를 작성하고 싶다.
몰랐던 나의 내면을 알게 되는 것 또한 성장
![[크기변환]혜인 060507 (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1/20241113214233_sindrgby.jpg)
1년에 키가 10cm씩 자라고, 몸무게도 나날이 들며, 새 이가 돋았던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참 ‘성장’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많았다. 하물며 더 활자가 작고 많은 교과서를 책가방에 채우게 되는 것도,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더 높은 층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도 모두 눈으로 보고,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른이 된 이후 그렇게 체감할 수 있을만한 성장은 확연히 줄었다. 어릴 때야 짧게는 일주일, 길게 한 달만에도 자라고, 변화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성장 주기는 더더욱 길어졌다.
그러니 우리의 주의를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 돌려보면 어떨까? 인생이 평생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커다란 과업 중 하나라면, 그 속에서의 성장과 발전은 몰랐던 나의 내면을 발견하는 것이라고도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꼭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공부해서가 아닌,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나에 대한 ‘정보’는 성장이라 부를만 하다.
나는 감성이 풍부한 나의 내면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대문자 F였던 것이다. 남들은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슬픈 드라마 장면이나 감동적인 문구를 보면 3초만에 눈물이 차오른다. 그래서 이제는 아는 것을 넘어 인정하기로 했다. 너는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하는 핀잔 아닌 핀잔에 괜한 신경 세우지 않고 “나는 원래 그래” 하고 웃어 넘기기로 했다.
지나고 보니 한 뼘 자라 있는 것 또한 성장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 제목이 있다. 이 제목을 활용해서 “그땐 성장인 줄 몰랐지만 지금 와 보니 맞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이 그렇다. 하루하루 지나며 ‘오늘은 이만큼 성장했군’ 하고 매일의 성장치를 측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 성장은 고사하고 너무나도 쏜살같이 지나가는 날이 많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만 바쁠 때도 많다. 도저히 성장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의미 없이 느껴지는 시간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을 겪는 그때는 ‘성장이 아니라’ 생각하지만 결국은 성장이 맞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매일 다른 끼니를 먹고, 집에 돌아오면 어지러운 방을 좀 치우고, 잠들기 전 그렇게 보내는 하루하루는 우리를 조금씩 더 높은 고도로 데려다주고 있으니. 꼭 일과 후 대단한 자기 계발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이벤트나 시련, 고난이 있지 않더라도 성장은 이뤄진다.
때로는 매일의 시간이 우리의 성장을 보장하지 않을 것만 같다는 불안함에 사로잡힐 때. 또 지금 나아지고 있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인 사람들에게 그저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어느새 한 뼘은 자라 있을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대나무 같은 성장은 어떨까
성장과 발전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적어도 우리 각자의 성장 목표, 도달 방법은 스스로 세팅해도 괜찮지 않을까? 매년 최고의 효율로 갱신되지 않아도, 이듬해는 조금 못 미치더라도 오직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세우자. 우리는 어떤 성장 프로젝트에 매어있지는 않으니까.
![[크기변환]korea-2699930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1/20241113214255_tmfxeolu.jpg)
대나무는 하루 60cm에서 100cm가 자란다고 한다.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그런 성장은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 최고 40m까지 자라고 나서는 길이의 성장을 멈춘다.
그 이후부턴 대나무는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
아마 아주 느리더라도, 다른 나무와 소통하고 호흡하는 방법을, 푸른 하늘 아래 더욱 잘 숨 쉬는 방법을, 가지와 잎을 성하게 뻗는 법을 익히며 그렇게 어떤 도구로는 측정되지 않는 성장을 하지 않을까.
대나무처럼 우후죽순 눈 깜짝할 새 자라던 시절을 지난 나도 우리도, 대나무의 성질을 닮아 그렇게 느긋하면서 다채로운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