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 영상 댓글에는 감상평이 아닌 각자의 사연이 올라온다.'
누군가 영상에 남긴 하나의 댓글로 글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곡이란 ‘어떤 장면이 떠오르게 하는 곡’이다. 특히 ‘내 삶의 어느 한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나만의 사연을 남기게 하는 그런 곡 말이다.
이 곡은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된 노래이다. 이어폰을 끼고 내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출근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처음 들어보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레트로한 기타 리프가 귀를 탁 때리며 “내가 누구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제목을 확인했다.
‘유다빈밴드-백일몽’
그렇게 이 곡은 내 플레이리스트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떠오른 나의 사연
‘나는 과연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가?’
취업을 위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가는 그 모든 순간에 저 두 가지의 질문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자랑할 만한 곳은 아니더라도 ‘일’을 하고 있는 지금도 저 질문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느 날, 면접을 보고 집에 오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나고 있을 때쯤 마음속이 불만과 짜증으로 가득 참을 느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맘에 안 들고 정말 미세한 흔들림과 건드림에도 짜증이 가득했던 하루였다. 심지어 내 발밑에 있는 나의 그림자마저 보기 싫었다. 나의 밝은 미래만을 생각하며 뛰어든 사회 속에서 내가 겪은 차가운 외면과 탈락, 그리고 좌절은 불안감과 부담감, 초조함으로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이들이 쌓이고 쌓여 그런 하루를 만들었던 것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 곡을 쓴 유다빈밴드는 GSI(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젼) 라는 밴드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연 미션으로 이 곡을 공개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Song of the Decade’ 시대를 노래하라는 미션이었다. 유다빈밴드는 1990년을 주제로 곡을 썼고 그들은 1990년 IMF 당시 가장들의 마음을 ‘백일몽’이라는 곡으로 표현했다.
가사 중 ‘그늘진 모양조차도 싫은 날’이라는 가사가 크게 와닿았다. 그늘진 모양, 나는 이 그늘진 모양이 '그림자'라고 생각한다. 정말 모든 것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만 가득한 상황 속에서 그 무엇보다 맘에 안 드는 것은 자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길에서 가장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그림자이며 그 그림자가 싫다는 것이 바로 이 상황에서 좌절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싫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사뿐만 아니라 밴드 사운드를 구성하는 악기들의 톤이 90년대 록발라드의 구성을 너무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주자들의 퍼포먼스를 보면 너무 어둡지 않고 이 무대를 즐기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유다빈밴드가 이 곡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슬픔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비록 지금은 한순간의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고 좌절한 가장의 모습이지만 '언젠가 다시 날개를 달고 꿈을 향해 날아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고통은 나중을 위한 밑거름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좌절과 답답함의 아픔은 90년대 IMF로 인해 크게 무너졌던 가장들의 아픔에 비하면 정말 작은 아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픔의 이유는 같다고 생각한다.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지만 가까워지지 않는 도착점,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수많은 돌부리들, 우리는 이 모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부딪히고 아파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청춘의 시기를 살아온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던 명언일 것이다. 실패라는 경험을 딛고 일어서 성공의 순간으로 나아가라는 의미의 이 문장을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실패의 순간, 좌절하고 넘어졌을 때 얼른 무릎을 털고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보다는 그 순간에 잠시 머무르라고 말이다.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만큼 바닥에 있는 돌부리를 잘 볼 수 있는 위치가 없다. 이는 자신이 넘어진 이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 내가 이래서 넘어졌구나! 이런 모양의 돌부리는 이렇게 넘어가야지!’
너무 고통스럽고 창피하지만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돌부리를 하나씩 분석하고 다친 무릎에 반창고를 붙일 수 있는 넘어짐의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길 바라고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