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을 좋아한다.
2023년 9월 3일 연희동에 갔다. 내가 알던 서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동네였다는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새로운 동네에 가게 되면 그 동네에 위치한 독립 서점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엄태주 작가님의 [배움의 배신]이라는 책은 연희동의 한 책방에서 나와 인연이 닿았다. 거의 책을 구매할 때 정해놓지 않고, 구경하다가 눈에 띄는 책을 펼쳐본다. 그날은 [배움의 배신]이라는 책이 나의 눈에 들어왔기에 구매했고, 정말 빠르게 읽었던 거 같다.
흡입력이 매우 좋은 책이다. 당시 책을 읽은 후에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기에,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용도인 블로그에 [배움의 배신]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이후 다시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작년에 읽은 책이었기에 지금 읽었을 때 내가 느끼는 점이 다를 거 같았다. 1년 후에 두 번째로 완독한 [배움의 배신]이 나에게 어떻게 느껴졌는가.
배움의 배신
'내게 잘 맞지 않는 옷임을 알면서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삶,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삶 속으로 무작정 달려 들어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 볼 기회가 없었다. 아니, 고민하는 척하며 무수히 생각을 거듭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는 동안 여러 번 벽에 부딪혔다.'
'바로 배움의 배신이 시작된 것이다.'
엄태주 작가님의 20대부터 30대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며 작가님의 경험들을 기록해 놓은 책이다. 진로 진학 전문가, 예술 대학을 도전하기 위해 사표를 냈던 경험, 대금, 성우, 불어, 향수 클래스, 클라이밍, 스윙 댄스, 요리까지.. 넓고 얕은 삶을 살아가셨다고 하신다. '배움'의 가치를 알기에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나'에 대해 알게 된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다. '나다움' 어느 집단에 속하든, 나를 소개할 때,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나에게 던져졌을 때 항상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사람들은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질려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현재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다.
'배움의 배신'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배움'을 지속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나'에 대해 알기 위해 내가 현재 원하는 '배움'을 지속해서 나아간다. 누군가는 미래를 위한 '배움'을, 누군가는 타인을 위한 '배움'을 지속한다. 하지만 나는 하루하루를 나아가는 중심은 '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태주 작가님은 그것이 비로소 '진짜 배움'이라고 이야기한다.
거창한 배움만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가지 않는 길로 돌아서 가는 것에서 배움을 느낄 수도 있고, 매일 가던 단골 식당에서 배움을 느낄 수도 있다. 무수히 작은 소소한 요소들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곱씹어보면 이걸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나를 단단해지게 해준 요소들이었다.
잠시 멈춤의 시간
문제는 자신이 아픈지, 고통스러운지, 위태로운지조차 모른 채 그저 바쁘게 '살아가고만 있는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아주 잠시라도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겠지. 내게는 성우 수업이 그런 '잠시 멈춤'이 되어 주었다.
'잠시 멈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요즈음은 오로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찾기 극히 드물다. SNS나 여러 미디어 속에서 남들의 삶을 쉽고 빠르게 접한다. 나도 그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함'이 앞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하지만 한 번쯤은 숨을 고르고 나를 돌봐주어야 한다.
삶의 속도를 타인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나의 속도로 나아가야 한다. 처음엔 어려울지 몰라도 조금씩 멈춤의 시간을 갖게 되면 '나다움'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매년 다짐하는 목표가 있다.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것. 이 책에서 '하루는 긴데 일주일은 짧고 한 달은 긴데 일 년은 또 짧은 마법이, 올해도 여지없이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라고 이야기한다. 무척 공감이 가는 문장이었다.
하루하루 나아가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다가도 눈 감았다 뜨면 사라져 있는 일주일이 허무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렇다면 기록해야 한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쌓아가기 위해서는 '축적'이 필요하다.
나는 잠시 멈춤의 시간으로 하루하루 기록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멈춤'의 형태는 어떤 방법이든 나를 돌아보는 것이면 되지 않을까. 어떠한 방식으로 각자의 '멈춤'의 시간을 만들어 나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배우는 자로서의 태도
나는 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며 배우는 자로서의 태도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최후까지 가져갈 단 하나의 소망이 되기를, 사는 동안 그렇게 계속해서 오래되다가 점차 희미해지며 자연스럽게 소멸해 가기를 바란다.
엄태주 작가님 또한 처음부터 '나'를 위한 배움을 깨닫지 못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정작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이후 '나'라는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셨다. 무수히 많은 시작과 끝냄 사이에 조금씩 자신에 대해 깨달으셨다고 한다.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나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던 책이었다. 작년 여름에 읽은 이후 한 번의 여름을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는 추운 날 다시 읽게 되었는데,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느끼고 깨달은 점이 비슷한 거 같다.
만약 그 당시 내가 '배움'의 갈증이 없었다면 이 책을 펼쳐보았을까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배움이라는 것에 궁금함이 생겼고, '나다움'의 삶에 대해 적립하고자 했다. 각 시기에 읽었던 책들의 장르와 내용들을 보면 내가 어떠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는 '나다운 삶'에 대한 배움을 이어 나가고 싶다는 삶의 방향성이 그려지고 있다. 독립된 '나'로서의 삶을 나아가고 싶은 이들, '배움'에 목마름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