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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광화문에서 시간이 떴던 어느 날, 큰 고민 없이 씨네큐브로 발걸음을 옮기고 당시 관심 있었던 '옥시콘틴 오남용'을 다룬 영화라고 해서 보게 됐던 영화였다. 결론적으론 보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나 자신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영화는 미국의 유명한 사진작가인 낸 골딘의 과거와 현재 그가 자신의 명성을 걸고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벌이는 투쟁을 교차해 보여준다. 낸 골딘은 자라오며 가정 내에서, 또 사회에 나온 이후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경험한 폭력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사진은 그가 폭력에 대항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이었다. 특히 옥시콘틴 처방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겪어야 했던 약물 중독에 대한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영화는 후반부로 나아가며 제약회사와 대주주인 세클러 일가를 여과없이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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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한 사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복잡한 가족사가 아니었다면, 영화 속 낸 골딘이란 인물이 형성될 수 있었을까? 부모가 자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절대적인 명제처럼 여기고 싶진 않지만 한 인격체가 구성돼 가는 과정에 부모를 포함한 가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보다. 언니의 성적 지향과 자살, 부모의 억압, 정서적 학대는 낸 골딘 삶 전반의 항로를 결정 짓는다. 유년시절 정체성의 부정을 경험한 낸 골딘은 소수자 진영에 속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겪는 억압과 차별을 끊임 없이 폭로한다.

 

특히 낸 골딘을 관통한 여러 종류의 폭력은 그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때문에 영화 역시 낸 골딘의 작품과 생애를 촘촘히 교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낸 골딘은 자신의 삶에서 소멸하거나 은폐되어 온 모든 피사체들을 렌즈에 담아내, 영구한 결과물로 남긴다.

 

우리가 애써 부정해 왔던, 혹은 눈길 두길 유보했던 그 모든 존재들은 미술관이라는 가장 공공의 장소에서 무작위의 사람들 앞에 완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어떤 윤색도, 숨김도 없이. 낸 골딘이 수많은 표현 방식 중 '사진'을 택한 이유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진 매체만이 가진 즉시성과 온전함, 고스란함이 그의 가치관과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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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골딘의 퍼포먼스는, 투쟁이 아닌 생존의 퍼포먼스


 

소명의식이나 보통 사람을 능가하는 정의감 때문에 낸 골딘의 삶이 투쟁으로 점철된 게 아니다. 죽지 않고 살아가다 보니, 그 전진을 막는 장애물 앞에서 낸 모든 안간힘들은 투쟁이 '되었을' 뿐이다. 낸 골딘은 주어진 생을 또렷이 직면하고 재난처럼 자신을 덮친 어려움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지극히 보편적인 한 명의 사람이었다.

 

영화 속 투쟁 장면에 우리나라에서 이동권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오버랩됐다. 삶 대부분의 시간동안 차마 현관문을 넘어서지 못하다가, 용기내어 집 밖으로 내딛은 걸음들은 투쟁이 됐다. 이런 면에서 미국이 부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시위, 집회, 쟁의에 '국민 볼모 프레임'이 따라붙는다. 헌법에도 보장된 기본권을 행사했을 뿐인데, 행위자들은 척결돼야 할 국가 전체의 '적'이 된다. 그러나 영화 속 투쟁들에선, 가장 개인적인 것을 정치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시민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런 시민의식이 부러웠고, 여러 목소리들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부러웠다.

 

 

 

그럼에도 우리가 불편한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하는 이유


 

"이야기와 달리 삶의 경험은 악취가 있고 추잡하며 단순한 결말로 끝나지 않아요."

 

삶은 반짝이는 영웅의 전기와 다르다. 여전히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며, 예상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스스로의 민낯을 거침 없이 드러낸 낸 골딘처럼, 의도적으로 외면해왔던 이야기들을 해야만 한다.

 

아름답진 않겠지. 아름답지 않은 걸 넘어서, 불쾌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유혈사태'로 어떤 세상을 지켜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다. 우린 계속해서 가려져 왔던 부분을 탐색하고, 들춰내야 한다.

 

"인생이란 우스운 것. 부질없는 목적을 위해 무자비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한 것. 그나마 자신을 알게 되어도 너무 늦어서 꺼지지 않는 회한만 남지." - 암흑의 핵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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