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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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an Jullien
지난 토요일, 퍼블릭 가산에서 진행되는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이라는 전시를 만났다. 장 줄리앙은 일상 속의 평범한 소재들을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재미있게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그에 대중이 다가서도록 하는 능력이 있는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페인팅부터 일러스트레이션,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까지 뻗어 있는데, 폴란드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프랑스 여행 중 그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난 적 있다. 단순한 형태처럼 보이는 작품 속에서 엿보이는, 일상의 가장 평범한 소재로부터 끌어낸 무게감 있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그러한 장 줄리앙의 작품들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하여 기대하고 전시장으로 향했다.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 전시는 총 세 가지 방으로 전개된다.
ⓒ Jean Jullien
첫 번째 방은 ‘Paper Factory’에서 장 줄리앙의 '페이퍼 피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종이를 평면에서 3차원으로 확장해 다양한 캐릭터들을 탄생시키는 과정은 작가가 일상에서 만난 경쾌한 인물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한편, 이 방에서는 벽에 그려진 종이 인간을 가위로 오려내고, 색을 입혀 컨베이어 벨트에서 완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획일화된 일상과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삶의 과정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아주 단순한 종이라는 소재를 통해 장 줄리앙의 작품들에는 사람들의 본질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개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획일적인 일상에 대한 경고를 하기도 한다. 접근하기 쉬운 작품의 형태와 이미지를 통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 의식도 장 줄리앙은 재치 있게 풀어낸다.
두 번째 방에서는 '페이퍼 피플'들이 살아가는 도시 생활을 표현한다. 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종이 인물들의 일상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문화 전반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줄리앙만의 ‘페이퍼 피플’ 세계관 속 하나의 요소로 새로 태어난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찾아보는 것도 관전 요소다. 극장, 카페, 시장 등 도시 속 일상적인 공간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페이퍼 피플들의 모습은 현대인의 바쁜 삶을 반영하며, 줄리앙은 그 속에서도 인간적인 연결과 유대감을 찾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는 도시 배경을 통해 도시에서의 삶을 재조명하며, 사람들의 관계와 사회적 구조를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각기 다른 색과 형태의 '페이퍼 피플'들은 복잡한 사회 속 개개인을 상징하는데, 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현대 도시 생활의 단조로움과 다채로움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다. 가끔은 지나치게 피로하고 획일적이기도 한 도시 생활 속에서 현대인들이 겪는 소외감을 은유적으로 보여주지만, 따뜻한 색감과 호선을 엷게 그린 페이퍼 피플들의 표정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중화하고자 한다. 작품들을 통해 사람들이 도시의 구조 안에서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이 시각적으로 설명된다.
ⓒ Jean Jullien
마지막 세 번째 방에서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페이퍼 피플'과 페이퍼 동물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공간은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 간의 관계를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장에는 높게 드리워진 페이퍼 트리와 동물들이 등장하며, 관람객은 이들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줄리앙만의 재치 있는 감각으로 새로이 접근한다.
작가는 마지막 방의 작품들로써 도시 생활의 소란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강조하자 한다. 줄리앙의 작품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자연과의 ‘재연결’이 필요하다. 자연 속에서의 '페이퍼 피플'은 도시의 복잡함 속 살아가는 도서의 페이퍼 피플의 일상과 대조되는 삶을 살아가며, 인간이 자연과 공존할 때 느낄 수 있는 치유와 조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올해 9월 27일부터 25년 3월 30일까지 가산 리퍼블릭에서 전시되는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은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대표적인 '페이퍼 피플'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알린다.
[황지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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