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가을밤을 즐기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 -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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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2일, 13일 양일간 서울 성동구에서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24가 열렸다. 일교차는 있었지만 부쩍 선선해진 날씨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서울숲에서 재즈를 즐기기 위해 동네 주민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덕분이었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재즈를 들으며 낮잠을 청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무대가 진행되는 스테이지를 꼬박꼬박 찾아다니며 공연을 즐기는 열성적인 재즈 팬도 찾아볼 수 있었다. 10월의 초입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을 즐겼다.
페스티벌은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있는 문화행사이다. 대부분 절대가격이 높은 편이고, 공연장에 앉아서 단시간 즐기고 돌아오면 되는 공연과 달리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처음에는 감이 안 오기 때문이다. 준비물은 어떤 걸 챙겨야 하는지, 반입금지 품목은 뭔지, 공연은 또 어떻게 보는 건지, 낯설고 헷갈리는 것들 투성이다.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이끌어주거나 꼭 보고싶은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레 겁부터 집어먹기 일수다. 물론 한두번 경험하고 나면 혜자로운 가성비와 피크닉의 맛에 푹 빠져버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서울숲이다. 서울숲에서의 피크닉이야 날이 좋고 시간이 되면 종종 하는 것이고, 도심 한가운데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거기다 재즈 공연까지 해준다고? 이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른 페스티벌과 비교해보면 연령층도 다양한 편이었다. 젊은 커플이나 친구, 아이를 안고 나온 부부,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등 여러 구성원을 볼 수 있었다.
서울숲 인근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반려견을 데려오거나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있어 자유도도 훨씬 높았다. 이처럼 서울 한복판에서 이루어지는,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라는 점이 인상깊었다. 성동구민에게는 티켓 예매 시 할인도 적용하고 있어 인근에서 참여하신 분들이 많아보였다.
재즈는 깊이 알수록 공부할 것이 많은 흥미로운 분야이기도 하지만 초반 진입장벽은 그리 크지 않은 장르이기도 하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소구될만한 포인트가 많고, 여유로운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에 커피를 곁들여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테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공연에서는 라인업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재즈와 페스티벌이 합쳐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즈페스티벌에서는 피크닉을 즐기다가 흘러나오는 재즈를 편하게 만끽하면 되기 때문이다. 취향에 맞는다면 관심을 가지고 듣고, 그렇지 않더라도 피크닉의 배경으로 기분 좋게 흐르도록 두기에 제격이다.
그렇다고 이번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24의 라인업에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토요일에는 빌 에반스 트리오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에디 고메즈가 무대에 올랐고, 브라질 재즈의 거장 질베르토 질이 방문해 마지막 무대에는 모두가 함께 일어나 삼바 재즈를 즐기기도 했다.
라퍼커션은 퍼레이드 형식으로 관객들 사이에 녹아들어 눈앞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주었고, 스카재즈유닛은 스카재즈라는 장르를 소개하며 다 같이 함께 춤추며 즐길 수 있는 재즈무대를 만들어주었다. 수민&슬롬 같은 한국 아티스트도 있었고, 정재형도 높은 인지도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일요일에도 다양한 아티스트의 재즈 무대가 이어졌다. 헤드라이너로는 재즈 거장인 몬디 알렉산더가 공연했고, 송영주 퀄텟, 마리아킴x고상지, 윱반라인 라임, 혼토니,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박지은 퀸텟이 함께했다. 또한 김윤아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해외의 재즈 거장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아티스트를 만나는 것도 즐거운 부분이었다.
환경보호를 위해 일시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한 음식배달이 가능했다. 5천원 할인쿠폰을 대규모로 제공해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들을 즐길 수 있었고 곳곳에서 다회용기 반납과 쓰레기 처리도 가능했다. 기업에서도 ESG경영이 강조되고 있고, 지속가능성이 가장 주요한 산업계 트렌트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이런 행사에서도 친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반가웠다.
인근 푸드트럭에서 와인과 맥주를 함께 판매하고 있었음에도 와인 한 병에 한해서 반입이 가능했다. 페스티벌에서는 흔치 않은 일로 알고 있다. 행사장에서 주류를 판매하고 있는 경우 어느 정도의 매출보장을 위해서 주류반입이 불가능한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장소에 따라서는 주류 판매 자체도 금지되는 곳이 있어 종종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참가자들도 페스티벌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시원한 맥주나 와인에 금액을 지불하는 것에 큰 거리낌이 없다. 시원한 한 잔이 주는 즐거움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한적으로나마 주류 반입이 허용되어 있다는 점이 재밌었다.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엿보이는 지점이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직접 골라온 와인과 함께 페스티벌을 즐겼다.
서울숲에 대한 주최측의 이해도가 높다고 느껴졌다.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의 제한사항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함에도 서울숲의 분위기와 매력을 해치지 않으려도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펫존을 마련한 것과 배달음식을 다회용기 방식으로 허용한 것, 주류 반입이 가능했던 점 모두 시민들이 평소 서울숲에서 느끼던 고유한 즐거움을 해치지 않으려는 결과물이었다.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24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본격적으로 찬바람이 들기 전 가을의 길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반려견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의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행사였다는 점이 특히 매력이었다. 주류나 배달음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페스티벌에 입문하는 친구들을 여럿 데려오기에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연인과 함께 재즈의 낭만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하고 싶은 페스티벌이다. 그리워질 때마다 서울숲에 들러 산책하며 돌아올 행사를 기다려야겠다. 가을밤을 즐기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 '서울숲에서 재즈페스티벌 즐기기'를 벌써부터 내년 신년 계획에 포함시켜 본다.
[김인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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