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노벨문학상

문학에 대하여
글 입력 2024.10.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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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

 

 

언제나 그렇듯,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를 뒤흔들만한 사건이 있다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반드시 손꼽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두 번째, 그리고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를 처음 알게된 일을 기억한다. 2016년, 작가가 맨 부커 상을 수상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맨 부커 상이 뭔지 몰라 영문을 몰랐는데, 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길래 '노벨문학상이 있는데 왜 따로 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후 한강이라는 작가가 누구인지, 그리고 상을 수상한 작품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그게 나와 <채식주의자>의 첫 만남이었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서 기분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일단 확실한 건 행복한 소설은 아니었다. 아마 그렇겠지, 소설이란 삶을 담아내는 것이고 삶은 비운과 고통이 가득하니까. 그래서 분위기가 어두운 건 알겠는데, 이게 도대체 슬픈 소설인지, 사회고발성 화가 나는 소설인지, 우울한 소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둡고, 음울하고, 환상적이었다. 담아내는 이야기를 처음 읽을 당시엔 이해하지 못해서, 여러 번 읽고 나서야 이것이 폭력에 대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 그래서 분위기가 다채로웠구나. 폭력이라는 것은 하나의 감정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닐테니까. 곱씹을수록 서서히 명확해지는 책이었기 때문에 내겐 <채식주의자>가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동시에 더 알아가고 싶은 책이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라 더욱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역사인 광주 5.18 민주 항쟁과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하는 책이라고 한다. 이토록 다양한 주제로 삶을 확대하되 섬세히 바라보는 듯한 한강 작가의 시선이 곱다고 해야할지, 혹은 슬프다고 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따라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면서도 '인간 삶의 연약함'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주제 의식과 문체가 노벨 위원회에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하여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한강 작가에게 내밀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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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노벨문학상의 수상자가 밥 딜런이었던 것이다. 밥 딜런은 1970년대 미국의 포크 가수로, 시대에 대한 저항정신을 토대로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불러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전설이다. 바로 이 점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경위이지만, 과연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은 문학상을 시상하는 기준을 '이상주의적인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사람'이라고 규정하였고, 현대에 와서는 노벨상 자체가 인류에의 기여분이 높은 것에 대해 시상한다고 한다. 즉, 직업의 종류, 유무는 상관 없이 인류의 발전에 공헌한 것에 대해 노벨문학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밥 딜런은 노벨문학상의 부적격자가 아닌 것이다.

 

또한, 문학의 한 갈래인 운문, 즉 시를 이루는 기본 요소 중에는 운율이 있다. 운율이란 시를 읽으면서 느껴지는 리듬감을 의미하며, 공교육에서 흔하게 들어왔던 4음보 같은 것이 이를 의미한다. 가락이 느껴지는 시에 음을 붙이면, 그것이 음악이 된다. 그렇기에 시를 노래로 재탄생시킨 작품들도 적지 않다. 동요 '고향의 봄' 또한 이원수 아동문학가의 동명 작품을 노래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오히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아카데미가 진보적이고 노벨상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로써 문학의 범례가 넓어지고 문학의 인류에 대한 공헌이 더 많아질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은 격년으로 남자와 여자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진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노벨문학상의 특징이다. 성별, 나라, 직업을 떠나 순수히 인류가 인문학적인 발전이 가능하게끔 한 문학의 구절들을 중요시 여기고 해당 구절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받는 노벨문학상은 인류가 본래 지향해야 할 점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출판업계와 제지업계가 매우 성황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책에 대한 모처럼의 뜨거운 관심이 기분좋게 들려오고 있는 요즈음이다. 문학에 대한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인정하고, 이를 소중히 발전시키려는 자세가 보편화되었으면, 그래서 한국문학이 전세계적으로 더욱 인정받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을 축하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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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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