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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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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연극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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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일까?

 

씨어터 쿰에서 진행되었던 연극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보고 왔다. 미술품 경매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여서 더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었다. 진품과 가품을 두고 논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연극에서 다루는 메시지는 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연극에 등장하는 3명의 인물은 그레이스, 검사, 변호사이다. 여기서 그레이스는 위조품을 팔아 넘겼다는 혐의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그 증거가 없어 신분 위조를 명분 삼아 검사에게 취조받는다. 취조 도중 그레이스는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을 부르는데, 그 사람이 변호사이다. 이렇게 등장한 세 명의 인물이 극을 천연덕스럽게 이끌어간다.

 

그레이스는 진품이 아닌 위조품을 진품처럼 팔아넘겼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진품과 위조품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는 그레이스가 진품과 위조품의 차이점을 ‘완벽’과 ‘망설임’을 통해 정의 내리는 게 흥미로웠다. 그레이스는 진품이 위조품보다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반대로, 위조품이 완벽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망설임이 보이지 않는 붓 터치에 있다. 진품일 경우, 작가는 고뇌하며 작품을 창작하기에 망설인 흔적이 작품에 담겨있고 위조품은 그렇지 않기에 모순되게도 완벽하다는 그레이스의 정의가 흥미로웠다.

 

사람의 망설임의 차이가 진품과 가품을 가른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중간중간 ‘나만 설득되는 건가?’하는 검사의 대사가 나오는데 그레이스의 대사를 들으며 나도 어딘가 설득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레이스의 편으로 등장한 변호사는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사회에 반대하는 이미지로 그려내고자 하면서 나중에 가서는 그레이스를 비난한다. 검사와 변호사는 그레이스의 모습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한다. 그레이스의 어떤 면이 진짜이고 어떤 면이 가짜인지 그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의 재밌는 점은 바로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관객들도 그레이스의 정체가 결국에는 다 들통나 버리고 말 것이라고 넘겨짚는다. 그레이스의 진짜 모습을 알지도 못하면서.

 

연극의 결말부에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레이스는 결국 가짜였을까? 미술품이 아닌 사람을 두고 봤을 때, 진짜 같은 사람은 누구이고 가짜 같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레이스의 이야기가 내게는 너무나도 진짜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는 그레이스를 믿었고 또 그녀가 진짜 그레이스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였다. 그레이스는 완벽한 가짜였다. 가짜였기 때문에 완벽했고 망설인 연기가 없었으며 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통해 삶의 진짜와 가짜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과연 내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게 진짜일지, 혹은 가짜일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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