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다시 떠나보는 여행이 선물하는 것 [여행]

10년만에 다시 온 일본여행
글 입력 2024.10.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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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게 가장 힐링되는 순간을 꼽으라면, 퇴근 후 누워 개그 유튜브를 보며 깔깔 웃는 시간이다. 그렇게 잠시라도 웃으며 저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 웃음이 터졌는데, ‘아, 내가 오늘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구나’를 깨달은 적이 있다.


웃을 힘 없이 지쳐버린 일상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내게 여전히 기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스무 살의 첫 여행지를 한번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10년째 되던 겨울, 두 번째 오사카를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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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중독적인 매력이 있다. 일상과 다른 풍경, 낯선 공간, 새로운 사람들, 일상의 환기, 그것이 우리가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의 첫 해외여행지는 일본 오사카와 교토였다. 20살이 되던 해, 고등학교에서 같이 일본어 수업을 들었던 단짝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처음이라는 설렘은 스무 살이라는 시절과 참 잘 어울렸다.

 

 

 

다시 돌아온 여행


 

10년 전에도 교토의 산넨자카거리와 청수사는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여행지 중 한 곳이었다. 편의점에서 아침밥을 사 먹고 교토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다. 아기자기한 건물, 작은 2층집, 학교, 하천이 흐르는 마을, 한국과는 다른 풍경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여행을 시작했다.


그곳에 다시 또 왔다.

     

10년 만에 다시 갈색 기차가 있는 정거장으로 왔다. 넓고 낯설었던 기차역이었는데, 다시 오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새삼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일본의 풍경은 여전히 아기자기한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다시 한번 기억 속의 필름이 재생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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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교토 밤거리

 

 

교토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내 기억 속 풍경은 작은 상점가의 불빛이 반짝이는 길목이었는데, 이제는 명품관, 기념품점, 옷가게 등 화려한 상점들이 즐비해 있었고 훨씬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친구와 함께 20,000보를 걸어도 다리 아픈 줄 모르고 내려왔던 길목이었다. 그러나 청수사를 내려오는 길에 다리가 욱신거려서 더 이상은 걸을 수 없을 것 같아 택시를 타고 말았다. 내 기억 속에는 엊그제 갖은 추억이지만, 무심히 흘러가버린 세월을 실감했다.

 

대학생 시절, 교수님께서 ‘젊은 시절에 여행을 많이 떠나라. 그 추억으로 평생 힘을 얻으며 살아간다’는 조언을 하신 적이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공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여행이라고 하면 새로운 장소, 새로운 풍경 등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갖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같은 곳을 다시 가보는 이번 여행은 큰 감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추억을 다시 걸어보는 시간을 통해 기대하지 않았던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장소가 주는 설렘보다 추억이 주는 그리움이 더욱 강렬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여행이 주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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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면, 바다를 가로지르며 공항에 다다른다. 10년 전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이곳에 다시 오기까지 살아온 과정이 떠올랐다. 견디기 힘든 시간들을 잘 이겨내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풍경이 주는 위로는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깔깔 웃는 힐링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무섭고, 도망치고 싶고, 나를 힘들게 했던 감정의 무게로부터 해방되는 듯했다.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다시 떠나보는 여행은 마치 타임머신과 같은 경험을 선물했다. 타임머신은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분명 존재하는 듯하다. 그 순간의 나로 다시 돌아가 잊고 살았던 것을 깨닫게 만들어주었다.

 

누군가의 말, 웃는 시간, 신상품 쇼핑 등 내게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을 떠올려보았다. 그 시간은 내게 정말 위로였을까. 짓누르는 감정의 무게를 외면하기 위한 시도는 아니었을까.


행복했던 순간을 상기하는 과정은 내 인생의 과정에 절망과 괴로움의 시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괜찮아질 수 있는 힘을 갖게 만들었다. 방전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면 다시 돌아가보는 여행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 이렇게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보다 큰 위로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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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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