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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종이 위의 미술관 - 더 기묘한 미술관 [도서]

by 오유진 에디터
2024.10.12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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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세요

미술관의 문을 여는 순간,

절대 잊을 수 없는 명화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거예요

 

사연 없는 인생은 없다는 말처럼 사연 없는 그림도 없는 법이다. 긴 시간과 시대를 지나온 그림들은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말을 건네고는 하는데, 솔깃해서 귀를 기울이는 순간 우리를 자기 몸 안으로 끌어들인다.

 

미술관을 관람하는 누구라도 자기 마음 깊이 남는 그림을 하나쯤은 마주하리라 기대하듯이 <더 기묘한 미술관>을 읽기 전의 내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책 이름처럼 이 책을 펼치는 것이 미술관의 문을 여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그리고 이 기묘한 미술관을 거닐던 나를 조용히 사로잡은 그림은 바로 뵈클린의 <죽음의 섬>이었다.

 

 

 

누구나 죽음의 섬으로 떠난다


 

스위스 출신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은 죽음과 참 가까운 삶을 살았다. 첫 번째 약혼자와는 사별했으며, 열네 명의 자녀 중 여덟 명이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뵈클린 자신도 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죽음, 이별, 슬픔을 수없이 경험했던 그가 죽음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1880년, 뵈클린의 대표작 <죽음의 섬>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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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섬>, 아르놀드 뵈클린(Arnold Böcklin), 1880

 

 

어둠 속 섬은 빛을 받아 조용히 그 존재감을 뽐낸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들, 흰옷을 입은 인물의 뒷모습도 보인다. 그가 타고 있는 배에는 관이 실려 있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고, 저 섬은 어째서 존재하는가.

 

뵈클린이 그림을 그리는 도중 그의 후원자인 마리 베르나가 뵈클린의 작업실에 방문했다. 뵈클린은 당시 죽음의 섬 첫 번째 버전을 그리고 있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화폭에 배나 관이 아닌 섬만을 그리고 있었다.

 

마리는 그의 작품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죽은 남편을 기리는 작품을 그려줄 수 있는지 묻는다. 그러고는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에 섬으로 향하는 배와 사공, 관을 추가하면 어떨지 의견을 제안한다. 뵈클린에게도 죽음은 먼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그는 흔쾌히 마리의 의견을 수용한다.

 

그렇게 화폭 위에는 죽은 자들을 위한 안식의 섬으로 향하는 사공의 모습이 그려지게 되었다. 사공은 망자들의 평안을 바라는 자이자 그들을 놓아 보내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완성된 <죽음의 섬>은 뵈클린 자신이 느끼기에 처음에 그렸던 것보다 훨씬 나은 작품이었다. 죽음과 이별의 고통을 느껴봤으며, 떠난 사람이 평안하길 바랐던 두 사람의 감정이 그림에 깃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요하게 서 있는 섬 하나와, 그리고 그 섬으로 향하는 사공을 상상해 본다. 나 또한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겪어본 탓에 밤에는 더욱 이 그림이 떠오른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명화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거’라던, 책의 뒷면에 적혀 있던 문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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