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벨 에포크 시대를 만나는 '툴루즈 로트렉 : 몽마르트의 별' [전시]
-
석판화 작품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예술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탄생 160주년을 기념한 전시 [툴루즈 로트렉 : 몽마르트의 별]이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로트렉의 결핍이나 비운의 생애를 강조하기보다는 신체적 장애를 개의치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긴 그의 호탕함과 자유로운 예술을 펼쳐나간 실험정신, 작품에 담긴 그의 휴머니즘에 집중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보헤미안, 2부-휴머니스트, 3부-몽마르트의 별은 툴루즈 로트렉의 다양한 작품들을 담았고 4부-프랑스 아르누보 포스터에서는 로트렉과 동시대에 함께하며 프랑스 아르누보 포스터의 황금기를 이끈 할폰스 무하, 쥘 세레와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Babylone d'Allemagne, Henri de ToulouseLautrec (1894)
19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예술 양식을 지향하는 아르누보 운동이 활발했다.
많은 예술가들은 파리 몽마르트에 모여 다양한 예술 경향을 자유롭게 실험했는데 석판 인쇄술의 발전으로 산업화와 포스터 미술이 부흥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시대였던 것이다.
몽마르트에 정착한 로트렉은 근처 유흥가의 무용수나 연예인, 가수를 대상으로 한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 때론 연극이나 공연, 작품의 포스터를 의뢰받아 작업하기도 했는데, 위의 그림 <바빌론 딜레마뉴>도 그중 하나이다.
빅토르 조제의 소설 '바빌론 딜레마뉴'는 독일 부르주아 사회를 풍자적으로 다뤘다. 그래서 로트렉은 포스터에 총검을 들고 행진하는 독일 병사의 모습을 담았는데, 교차되는 대각선의 구도로 역동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과감하게 이미지를 분할해 화면 상단의 기마병 행렬과 행인들의 움직임을 강조하며 시선을 끈다.
La Troupe de Mademoiselle Eglantine, Henri de ToulouseLautrec (1896)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들은 대개 인물화이다.
빈센트 반 고흐, 에드가 드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과의 교류도 있었지만 항상 로트렉의 시선은 인간을 향했다. 특히 그는 몽마르트 근처 무대에서 공연하는 가수들이나 무용수들을 주로 묘사하고 그들의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제작하곤 했다.
로트렉은 그림 속 인물들을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그들의 매력과 재능, 무대 위 분위기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그림체와 색깔에 집중했다.
위의 그림 <에글랑틴 무용단>을 보자. 석판화로 표현된 이 그림은 캉캉 무용수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곡선들이 캉캉 춤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간결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표정들로 인물들의 인간미까지 느낄 수 있다.
몽마르트의 인물들을 담아낸 로트렉의 작품들을 관람하다 보니 낯설기만 했던 벨 에포크 시대가 조금은 친숙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36살의 이른 나이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더 다양한 로트렉의 작품 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하다.
로트렉의 포스터들은 100년 전 작품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 드는데, 그의 작품들은 혁신적인 서체 배치와 실험적인 시도들로 현대 그래픽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보통의 삶에 초점을 맞춘 예술가,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들은 내년 3월 3일까지 마이아트 뮤지엄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선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