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학부 시절 오프라 윈프리가 참 멋있게 느껴졌다. 내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녀와 똑같이 되긴 어려울지언정 나도 사람들이 알아주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녀의 자전적 삶이 녹아 있는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에는 그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가 썼던 개정판 에세이에도 ‘마음씀’이라는 하나의 꼭지가 추가 돼 개정판으로 발행됐다. 화려할 것만 같던 그녀의 인생 속 에피소드 너머로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가 주제별로 나눠져 있다. 기쁨, 회생력, 교감, 감사, 가능성, 마음씀 …….
그녀의 삶에서 겪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인상깊었다. 특히 당연한 것들,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한 번 더 되새겨 볼 수 있는 구절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확실히 알게 됐나? 머릿속으로 되뇌였다.
두려움은 내가 이겨내야 할 녀석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하고 싶은 일들에 기꺼이 나서는 편이지만 해가 바뀌며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첫 단추 끼는 건 역시 두렵다. 시작하는데 포기해야 할 이유가 덧붙여지며 ‘그래서 결론은 못한다’로 마무리되었다. 무엇이 무서운 것일까? 이 물음과 해답을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두려움의 대상은 나를 건드릴 수 없지만, 내가 품은 두려움은 내게서 삶을 앗아갈 수 있다.
우리는 힘을 잃고 두려움은 반대로 힘을 얻는다.
- 본문 146p
그렇다면 나는 왜 두려움 앞에 주춤할까, 실패할까 봐? 사람들의 질책, 시선이 두려워서? 그렇다. 나는 여전히 제3자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함에 있어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생각할지 걱정하고 있었다.
오프라 윈프리도 두려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보기엔 용감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적으로는 갇힌 상태로 살았다고. 노라고 하는 순간 사람들에게 거부 당할까 봐 선행을 베푼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걱정하는 한, 그들에게 소유된 셈입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구절을 읽으며 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내가 어떻게 두려움에 맞서야 되는지 힌트가 돼주는 문장이었다. 외부의 말보다는 스스로 주인이 될 수 있는 삶을 어쩌면 잊고 살았구나. 그 힘을 길러보자, 그게 뭐가 됐든.
일단 몸무게가 많이 늘었으니 목표를 정하고 헬스라도 끊을까. 매일 입으로, 말로만 노래를 부르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못 했던 사소한 일들을 하나 둘 공책에 적어 보았다.
어떤 사람에 대한 방점은 나만 안다
‘삶은 단순한 건데 우리가 어렵게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에서는 오프라 윈프리는 우리가 걷는 길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떠한 것을 하는 것에 몰두하며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윈프리 쇼에 나온 스물여섯 암 환자가 마지막 숨을 내뱉으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 엄마 너무 단순한 거였어요”
삶은 희, 노, 애, 락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알고 보면 단순하다. 나의 즐거움은 언제일까? 문득 내 행복 회로가 돌아갈 때를 생각해봤다. 반려견과 하루 종일 뛰놀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때, 사랑하는 내 가족을 위해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을 때 … …. 나는 평가받는 시험대 위에 올라가서 완벽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닌 그냥 약간은 느슨하고 나 일 때 모습이 가장 나다운 모습이다.
나를 믿어줄 수 있는 건 누구도 아닌 나다.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란 책을 읽는다는 것도 책을 통해 그녀의 삶뿐만 아니라 ‘나’는 어떠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노트 한켠에 내가 두려워하고, 힘나게 하며, 감사한 것들에 대해 그룹화 시켜 메모했다. 쓰다 보니 명확해졌고, 내가 가져와야 할 힘과 마음속 깊이 내가 원했던 내 모습까지 그릴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한 대로 누군가가 괜찮다고 하기 전에 내가 나의 내면을 보고 함께 시작할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주체적인 내가 되어 인생의 방점을 그리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