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런던 방문학생의 베를린 문화탐방-1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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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방문학생의 첫걸음이었던 영어코스가 끝나고 약 한 달간의 방학이 주어졌다. 방학 중에는 정말 다양한 국가를 여행할 수 있었고, 나는 그중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 독일의 베를린을 여행했다. 그 중 베를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약 5일 정도를 머물렀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 독일 여행을 떠올린다면 베를린보다는 프랑크프루트가 더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베를린은 직항 비행기가 많지 않고 하루 혹은 이틀 정도 빠르게 경유하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베를린 여행을 다녀온 후, 베를린에 대한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베를린은 정말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도시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선택했다. 나는 작년 교양수업으로 독일문화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했었다. 독일의 문화 정체성과 유대인 학살, 동독과 서독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배우며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홀로코스트와 관련한 영화와 도서 역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이번 베를린 여행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독일의 문화 정체성에 대해 온전히 느끼고 오기’였다. 독일은 분단되었었기에 자국민의 영토적 정체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뒤늦게 형성되었다. 그렇기에 문화적인 그리고 예술적인 분야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보는 예술보다는 하는 예술, 고급예술보다는 대중예술에 초점을 두어 다양한 박물관이 무료로 상설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나는 총 두 가지의 예술탐방을 즐겼다.
첫 번째는 베를린 필하모닉 런치 공연을 감상했다.
매주 수요일 1시에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홀에서 모두를 위한 무료 공연을 진행한다. 계단 혹은 간이 의자에 앉아서 관람하는 형태이고 약 1시간 전에 미리 줄을 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공연은 총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고 내가 감상했던 날 우연히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참여하는 날이었기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무료라는 수식어에 맞지 않게 정말 수준 높은 공연이었고, 특히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과 함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 참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무료 공연을 할 때는 어르신들보다는 20대-30대가 주 관객이고, 사전 예약은 필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르신들은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불어 TPO 즉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하고 오지 않는다면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장에는 80프로 이상이 70대 어르신 분들이었고, 그분들을 위한 좌석까지 전부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우리가 영화관에 편안하게 가듯, 그분들에게 런치 무료 공연은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얼마나 독일이 자국의 문화 정체성과 문화의 일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다.
두 번째는 베를린 국립 회화관이다.
국립 회화관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약 5분 거리로 매우 가까워 공연이 끝나고 둘러보기에도 아주 좋다. 국립 회화관은 입장료가 있는데, 국제 학생증이나 학생임을 인증하는 대학교 신분증을 들고 가면 50프로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규모는 오르세나 내셔널 갤러리만큼은 아니었지만 천천히 본다면 3시간은 넉넉히 잡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었고, 곳곳에 들고 다니며 관람할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 있어 아주 편하게 관람했다. 또한 회화관 자체가 너무 쾌적하고 깨끗하여 집 근처에 있다면 매일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명한 화가들이 작품들도 많아 베를린 여행하며 의외로 좋았던 장소 중 하나이다.
[안윤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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