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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천재들의 계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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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늘 시리즈 순위 1위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장안의 화제다.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스튜디오 슬램에서 제작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필자가 최근에 봤던 예능 중 단연 최고라 생각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

 

-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로그라인

 

 

 

흑과 백


 

80인의 흑수저 셰프들과 20인의 백수저 셰프들, 그리고 두 심사위원이 있다. 흑수저 셰프들은 100인의 셰프들은 모두 요식업에 종사하거나 요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요리에 확실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20인의 스타 셰프들과 요리 대결을 하여 대한민국의 스타 셰프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식, 중식, 일식, 파인다이닝 셰프들 등 각자의 분야에서 충실한 셰프들이 고르게 등장한다. 100인의 심사는 대중의 맛 전문가 백종원과 파인 다이닝 요리사 안성재가 맡았다.

 

'흑백요리사'의 중요한 포인트는 '맛'이었다. 경쟁은 오로지 '맛'으로 공정하게 진행되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공개하는 '흑백요리사'는 흑과 백이라는 극단에 있는 색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활용하였다. 편집에서도 흑백은 대비를 이루었지만, 흑수저 셰프들은 흑색 옷을, 백수저 셰프들은 백색 옷을 입음으로써 두 그룹이 가시적으로 계급화되었다. 또, 흑수저 셰프들은 백수저 셰프들과 다르게 우승자가 되기 전까지 본인의 이름을 내걸 수 없기에 별명으로 대결에 임해야 한다.

 

 

 

완벽한 플롯


 

흑수저 셰프 80명이 백수저 20명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1차적으로 내부적으로 경쟁한다. 80명 중에 20명만이 백수저 셰프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백종원과 안성재 두 심사위원의 심사로 생존과 탈락이 결정된다. 백종원 혹은 안성재 심사위원에게 랜덤으로 심사를 받는데, 만약 생존과 탈락을 혼자 결정내리기 어려운 순간이 있어서 생존과 탈락을 드릴 수 없을 때 '보류'를 선택할 수 있다. 보류를 하면 나머지 심사위원도 음식을 먹어보고 요리 대결이 끝난 후에 보류 인원들에서 생존인 셰프들을 선정한다.

 

2차 대결은 흑 20명과 백 20명의 일대일 매칭 대결. 매칭 대결이 끝나 탈락을 했다고 하더라도 구제를 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슈퍼패스'이다. 슈퍼패스는 다른 말로 패자 부활전이다. 미묘한 차이로 아쉽게 탈락한 셰프들을 두 명을 생존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제도다. 슈퍼 패스 제도가 없었다면 탈락한 셰프들에 깊이 몰입한 시청자로서 끝이 아쉬웠을 텐데 이 지점까지 놓치지 않고 구성한 점이 통쾌했다.

 

다음 대결은 팀전이었다. 흑수저와 백수저가 각각 한 팀을 이룬 뒤 생선팀과 고기팀으로 나눠, 흑수저 생선팀과 백수저 생선팀, 흑수저 고기팀과 백수저 고기팀이 대결했다. 이번에는 백종원과 안성재를 포함해 100인의 맛평가단이 심사를 했다. '팀플레이'이기 때문에 분명 의견 충돌이 있을 것이고, 팀의 역량과 분위기에 따라 진행 과정이 달라질 것이다. 팀의 요리 진행 과정을 보고 시청자들은 승과 패를 예측하기도 한다. 이때 발생한 패자 중 생존될 사람을 뽑기 위해 패자들끼리 개인전을 펼치게 된다. 현재 7화까지 공개되었는데, 8화부터는 패자 개인전과 Top 8 결정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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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구성이다. 편집 자체가 깔끔한 것도 있지만, 요리사들의 섬세하고 창의적인 요리처럼 편집도 세밀했다. 특히 흑수저 셰프와 백수저 셰프의 일대일 매칭 대결의 심사는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되어 흑수저와 백수저 계급의 차별화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였다. 두 심사위원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때 화면을 블랙아웃 처리하여 시청자들도 블라인드 심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그 감정을 함께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든 점이 몰입을 한 층 더 돋우었다.

 

심사위원의 평가를 듣는 재미가 있었다. 백종원과 안성재는 자신만의 평가 기준이 확고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녔다. 대중의 입맛을 잘 아는 백종원은 맛의 밸런스와 적절한 간을 중심으로 보는데, 특히 안에 들어간 재료에 대해 바로 캐치해 내어 분석 후 평가했고, 파인다이닝 요리사 안성재는 백종원과 비슷하게 맛 평가를 하면서도 재료의 익힘 정도를 중요하게 보고 맛을 음미한 후 평가했다. 두 심사위원이 음식을 입에 넣고 천천히 재료를 온전히 느끼며 분석할 때 극도로 긴장감이 불었다가 그들의 입에서 '생존'이 터져나올 땐 셰프들과 더불어 시청자들도 긴장을 풀고 안정화 상태에 놓일 수 있었다. 그만큼 '흑백요리사'의 몰입도는 상당했다.

 

 

 

요리는 예술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흑수저 셰프는 '만찢남'이었다. 만화를 보고 요리를 독학했고, '흑백요리사'에서 만화 속 요리들을 새롭게 변형해 자신만의 요리를 완성해냈다. 단언컨대 그는 천재다.

 

 

요리는 예술이다.

 

 

방송을 보고 느낀 점을 한 줄 요약하면 위와 같다. 흑백 가리지 않고 모든 요리사들은 독창적이었다. 또한, 풍성한 시각으로 가지각색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을 반하게 했다. 한식, 일식, 중식, 파인다이닝 셰프들을 적절하게 믹스하여, 요리사들이 도전할 수 있는 요리의 끝은 어디인가를 실험하는 프로그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디테일 하나 차이로 생존과 탈락이 정해지는 냉정함이 전반적인 예술인들이 겪는 고충임을 담아낸 것에서 흑백요리사의 제작진의 천재적인 기획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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