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련을 그리워하다
좋아하는 꽃의 계절이 한참이나 지났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일상이 빠르게 흘러갔다. 급류를 탄 듯 쏜살같이 흐르던 시간은 가을 앞에 잠시 멈춰 섰다. 여름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다시 목련이 피려면 반년이 남았다. 나는 꽃을 기다리는데 꽃은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좀 더 내 곁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면 다음 날 지고 마는 것이 목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나와의 관계는 항상 그렇다. 내가 더 아쉽고 애탄다.
["목련의 꽃말은 ‘숭고함’이다. 죽음을 아는 꽃이라 그런가 보다. 한편 목련의 또 다른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죽음보다 삶을 갈망하는 것은 삶을 향한 인간의 이루지 못할 사랑이다. 그런 인간 앞에서 목련은 죽음은 네게도 찾아 올 거야, 잔인한 게 아니라 생이 원래 그런 거야, 하며 그대로 낙하한다."] - ‘삶을 가진 것들은 모두 한 번 환하다 가는 것이라’ 중에서
집사의 습관
그러는 동안 내 고양이는 더 자랐다. 이제는 어엿한 성묘인데도 자기가 아기인 줄 아는 내 고양이는 애교를 부리는 수법이 또 늘었다.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쟤는 내 고양이랑 닮았네', 유튜브에서 어쩌다 턱시도 고양이를 보게 되면 '내 고양이처럼 코에 점이 있네', 하게 되는 것이 집사의 습관이랄까. 여전히 나는 내 고양이가 행복한지 궁금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뒤바꿀 수 있는 건 ‘만남’이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의 만남. 책 한 권일 수도, 노래 가사 하나일 수도, 어떤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도린코트 백작에게는 세드릭과의 만남이, 내게는 내 고양이와의 만남이 다시금 생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었다."] - ‘비록 까만 턱시도를 입은 고양이라도’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다시 가을이 왔다. 올가을엔 어떤 삶을 보내게 될까.
하나만 바랄 수 있다면 모두가 무탈하기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순탄하길 바라고 또 바라는 건 우리 인생이 늘 평온하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소나기에 너무 크게 아파하지 말기. 어차피 지나갈 사람, 상황, 시간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그 순간은 피부를 뚫을 만큼 아프게 느껴지더라도 곧 그치는 게 소나기다. 멈출 것처럼 보이지 않아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비추기 때문에 소나기는 소나기라 불린다. 나를 지나쳐 갈 일에 우리 너무 아파하지 않기로 하자.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떴는데도 아직도 아파하지 말기로 하자. 너무 길게, 너무 크게 아파하지 말자."] - ‘우리, 봄을 살아냈듯 여름을 잘 살아 보기로 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