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을 가진 것들은 모두 한 번 환하다 가는 것이라 [문화 전반]

목련에서 발견한 무상함과 아름다움
글 입력 2024.04.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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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은 목련의 모습. 직접 촬영.



목련이 여기저기서 피고 지고 있다. 방금 지나친 나무에서는 목련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막 마주친 나무는 이미 갈변한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봄이면 휴대폰 갤러리가 목련 사진으로 가득 찰 만큼 목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다. 바람이라도 불어 그 커다란 꽃잎이 차근히 흔들리는 날에는 누구나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게 된다. 그만큼 새하얗고 커다란 꽃잎을 묵직하게 피워내는 목련은 그만의 고상한 미가 있다.

 

동시에 목련은 초라하게 지는 꽃으로 유명하다. 하늘을 향해 고갤 든 채 탐스럽게 피어 있던 꽃잎은, 질 때엔 누렇게 변해서는 투욱, 무겁게도 떨어진다. 떨어지고 밟혀 갈색으로 짓이겨지고 나면 본래의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좋아하면 콩깍지가 씐다고, 나는 그 모습이 그다지 추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환히 피어나는 순간만큼이나 조용히 자취를 감추는 순간도 쓸쓸한 멋이 있다. 필 때도 자랑하듯 피지 않더니 질 때도 미련 없이 가는구나, 생각하곤 한다.

 

피고 지는 목련의 모습은 살고 죽는 우리의 삶을 떠오르게 한다. 삶은 곧 죽음이고 죽음은 곧 삶이라는 말처럼, 삶을 가진 것들은 모두 한 번 환하다 가는 것이라, 얼마나 아름답게 피느냐보다 얼마나 미련 없이 지느냐를 생각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목련의 꽃말은 ‘숭고함’이다. 죽음을 아는 꽃이라 그런가 보다. 한편 목련의 또 다른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죽음보다 삶을 갈망하는 것은 삶을 향한 인간의 이루지 못할 사랑이다. 그런 인간 앞에서 목련은 죽음은 네게도 찾아 올 거야, 잔인한 게 아니라 생이 원래 그런 거야, 하며 그대로 낙하한다.

 

목련이 피고 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생의 무상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목격한다. 나도 잠시 피어나 환하게 빛나다가 조용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알면 삶을 안다고 했다. 미련 없이 지는 것은 얼마나 의미 있게 삶의 순간들을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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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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