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기나긴 밤을 지나 내일의 바다로 향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 뮤지컬 긴긴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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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희망이 품은 일렁이는 빛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단단한 바위 같은 몸체를 지녔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외로웠던 흰바위코뿔소 노든, 그리고 버려진 알에서 태어났지만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어린 펭귄이 ‘바다’라는 희망을 향해 다가가는 여정을 담은 이 이야기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전 연령층의 마음에 따스한 빛을 드리워준다.
긴긴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7월 말 세실 극장에서 진행된 판소리 공연을 통해서였다. 판소리 장르를 차용했지만 대사와 무대 구성 흐름은 뮤지컬에 견줄 만큼 꽤 풍부했기에 긴긴밤의 스토리를 텍스트보다 시각적으로 먼저 접하게 된 셈이었다. 그후 최근 북스테이를 다녀온 강화도의 작은 책방에서 우연치 않게 긴긴밤의 원작을 만나게 되었고, 나는 이 작은 기적의 힘을 믿게 만드는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간 문화 예술을 향유하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해왔다. 게중에는 짜릿한 희열감을 느끼게 해주는 반전이나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드는 화려한 서스펜스들이 참 많았다. 어쩔 수 없는 도파민에 취약한 현대인이기 때문일까, 그런 자극적인 스토리를 쫓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사소한 일상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만난 긴긴밤의 이야기는 평양냉면 같았다. 슴슴해서 당황스럽고, 그 맛이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서 더 당황스럽다. 무엇보다 다 커버린 지금은 잊어버렸던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고 느꼈던 순수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남다른 매력을 지녔다.
자식과 아내를 허망하게 잃으며 다시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기대를 하지 않을 것 같았던 노든이 같은 동물원 우리에서 만난 ‘앙가부’로부터 조금 더 긍정적인 내일을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을 배우고, 우연치 않게 고된 여행길에 함께하게 된 까칠한 ‘치쿠’로부터 오늘을 견디는 책임감을 배웠다.
그리하여 얻게 된 작지만 강한 희망의 빛을 이정표 삼아 어린 펭귄의 내일이 되어줄 바다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이야기는 말그대로 동화처럼 아름답다. 때로는 그런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름다움에 감동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긴긴밤을 통해 깨닫았다. 그 마음은 동화 속에만 있을 것 같았던 희망을 믿게 만들고, 그 믿음으로부터 일상의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토록 압도적인 감동의 힘을 보여준 원작 긴긴밤을 뿌리로 둔 동명의 뮤지컬이 다가오는 10월 15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지평선을 바라보고 수많은 긴긴밤을 거치며 바다라는 희망을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이들의 지난한 여정은 무대 위에서 온전히 구현되어 관객들에게 내일을 상상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뮤지컬 <긴긴밤>의 제작사 라이브러리컴퍼니는 따스한 색감의 메인 포스터를 선보이며 올 가을 원작 동화의 잔잔한 감동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기나긴 밤의 시작을 알리는 석양, 혹은 그 끝을 알리는 일출의 주황 빛을 띠는 하늘 아래 바다의 색을 닮은 물빛 길을 씩씩하게 걷는 어린 펭귄이 있다. 작지만 강한 결의가 느껴지는 그 뒷모습에서 내일의 희망에 대한 강한 믿음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국내 초연으로 진행되는 만큼 창작진에는 탄탄한 대본으로 공연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 양소영과 긴긴밤의 따듯한 감동을 온전히 담아줄 웅장한 음악을 선사하는 작곡가 박보윤, 독특한 연출 문법을 구현해 내고 있는 황희원이 합류하여 완성도 있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공개된 10인의 캐스팅 라인업 또한 이번 공연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가족과 친구를 잃게 만든 인간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어린 펭귄에게 누구보다 다정했던 노든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공연계 베테랑 배우로 자리매김한 홍우진, 강정우, 이형훈이 나섰다.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비운을 타고났지만 노든으로 인해 누구보다 찬란한 희망을 힘을 알게되는 어린 펭귄 역에는 섬세한 연기력을 겸비한 연지현, 이정화, 설가은 배우가 함께하며, 노든에게 내일을 기대하는 방법을 알려준 두 친구 코뿔소 앙가부와 펭귄 웜보, 1인 2역에는 박근식, 박선영 배우가 캐스팅되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한 끝까지 어린 펭귄이 든 알을 품고 바다로 향하고자 했던 펭귄 치쿠 역에는 유동훈, 이규학 배우가 합류하였다.
세대와 연령을 뛰어넘는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 긴긴밤의 이야기를 생생한 대사와 음악으로 무대 위에서 재현하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비밀을 알려줄 뮤지컬 <긴긴밤>은 오는 10월 1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드림 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다온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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