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담한 파괴, 우아한 재창조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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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오웬스(Rick Owens)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패션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브랜드로, 전통적인 미적 기준을 넘어서는 기묘하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파리에 기반을 둔 이 브랜드는 아방가르드 스타일로 절제된 우아함을 주로 보여주는데 가죽소재와 무채 컬러를 주로 사용하며 어둡고 고스한 느낌을 더한다. 전통적인 봉제 방식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엉성하거나 날것처럼 보이는 디자인 요소들은 릭 오웬스가 가진 패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릭 오웬스의 제품들은 주로 완벽함보다는 불완전함 속에서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는 기존 관념에 얽메이기 보다는 새롭게 표현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컬렉션에서 자주 발견되는 비대칭적이고 날카로운 실루엣, 거친 마감, 그리고 종종 해체된 듯한 의상 구조에서 그의 철학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그가 주로 사용하는 드레이프 스타일은 패브릭이 신체 위에 흐르고, 겹쳐지고, 쌓이는 방식으로, 패션을 단순히 입는 것이 아닌 예술적 표현으로 끌어올린다.
물흐르듯이 디자인된 드레이프 기법은 의류를 몸에 밀착시키는 대신 자연스럽게 흐르는 형태로 표현된다.
어깨에서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직선적이고 웅장한 릭 오웬스의 드레이프는 착용자의 신체를 매끄럽게 감싸면서 마치 예술적인 구조작품처럼 보이게 만든다. 길고 풍성하게 떨어지는 옷의 과장된 실루엣은 커다란 존재감을 가지며, 움직일 때마다 일반적인 패션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릭 오웬스의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마치 성스러운 하나의 작품에 압도당하는 느낌까지 든다. 단순히 몸 위에 입는 의류의 역할을 넘어서 대중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충격을 주는 퍼포머의 역할까지 한다는 점이 릭 오웬스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라 생각한다.
이번에 파리의 팔레 드 도쿄에서 열린 릭 오웬스 2025 S/S 남성복 컬렉션 “Hollywood” 는 릭 오웬스가 흑백 성서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연출되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고대 서사시를 연상케 했는데, 기존의 릭 오웬스가 선보이던 어두운 색조에서 벗어나 순백의 의상을 통해 화합과 관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이 울려 퍼지며, 수많은 모델들이 흰색 옷을 입고 등장하며 사각형 수영장을 엄숙하게 도는 모습으로 쇼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중들을 압도했다.
이처럼 릭 오웬스의 패션쇼는 단순히 이번 시즌의 의류를 보여주는 쇼를 넘어 퍼포먼스로서 큰 주목을 받는다.
성별과 나이, 체형까지 모두 다른 각양각색의 200명의 모델들은 하얀색 새틴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마치 종교적인 의식이나 영화 속 미래 군대처럼 행진한다.
릭 오웬스는 “우리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우리의 연대와 서로에 대한 의존성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서로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 힘든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라고 전하며, 이 대규모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릭 오웬스는 단순한 패션 디자이너를 넘어, 자신의 세계관과 철학을 통해 패션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재정의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디자인은 파괴적이면서도 우아하며, 과거의 규범을 깨고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다.
앞으로 릭 오웬스가 어떻게 더 진보된 방식으로 패션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지, 그리고 그가 어떤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또 한 번의 세상에 혁신을 불러일으킬지 예측할 수 없지만, 그가 또다시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창조물을 선보일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안서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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