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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은 언제부터 비싸기지 시작했을까

비싼 그림이 좋은 그림일까

무엇이 그림값을 결정짓는가

평범한 정물화 같은데, 세잔의 사과는 왜 비쌀까

데이미언 허스트는 어떻게 현대미술계의 스타가 되었나

...

“저 그림은 왜 비쌀까?”의 질문에 대한 미술사적 해답

 

- 책 소개 中

 

 

전에 아트 딜러의 삶을 주제로 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주인공이 여러 작품을 접하고, 수집하며 겪는 일들을 다룬 이야기였는데, 작품을 읽으면서 하나의 질문이 머릿속에 강하게 떠올랐다. ‘예술의 값은 어떻게 측정되는 것일까?’ 사회적 정의가 내려지거나 우리에게 어떤 편의를 주지도 않지만, 그 아름다움 하나만으로 높은 가격이 결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개인마다 미적 요소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작품만의 개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성은 작가만의 세밀한 선화일 수도, 화려한 색채일 수도, 그림과 아예 상관없는 서사일 수도 있다.

 

 

그림값미술사_표1.jpg

 

 

<그림값 미술사>는 이렇게 내가 궁금해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그림의 값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만, 단순히 이 그림이 왜 값이 비싼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더해, 이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작가의 사정 등 그림의 값이 어떻게 비싸게 책정되었는지 서사를 풀어줌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 또한 함께하고 있다. 이 책의 쓴 이동석 저자는 인문예술 분야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진행한 인기 강연자로, 다양한 저서를 통해 미술 분야에 넓은 식견을 보여주고 있는 분이다. 익숙한 작가를 다루되, 우리가 잘 알지 못한 생소한 경매에 오르내리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사람들이 특정 작가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그가 이런 명성을 얻은 데는 크게 두 가지 능력 덕분이었다. 우선 주문자가 원하는 그들의 이미지를 빠르고 확실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대체로 여성은 실제보다 더 어리고 더 예쁘게 그렸고, 심지어 40대 여성을 20대 초반의 그림을 참고해서 만나지도 않고 그려서 보낼 정도였다. ... 이렇다 보니 미술 시장에서 티치아노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굉장히 치열하다. 치열한 만큼 비싸질 수밖에 없다.

 

- 139p 해적이 훔쳐 판 명화, 베첼리오 티치아노

 

 

사실, 이런 이야기는 미술계에서 상당히 싫어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현실적으로 미술을 논하는데, ‘돈’을 빼놓을 수는 없지만, ‘예술’을 내세우는 분야인 만큼 이런 세속적인 모습에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서든 ‘뒷이야기’가 재미있기에, 다른 이야기보다 그림의 가치를 결정짓는 사건이 더 흥미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청개구리 같은 성격의 나에게 이 책은 마치 설화집을 읽는 듯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뿐이었다. 중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빠짐없이 등장하는 파블로 피카소가 작전 세력으로 1억 달러를 넘겼다는 의혹이나 최소 비용으로 제작해 최대 이윤을 얻겠다는 예술의 정의를 새롭게 내린 앤디 워홀의 이야기를 우리가 어디서 듣겠는가. 전통적인 미술사에 관해서만 공부해온 나에게 이번 이야기는 그만큼 색다를 수밖에 없었다.

 

현대 미술을 투자 종목으로 삼은 컬렉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미술 시장에서 통용되던 예술가들의 평가 기준에서도 변화가 찾아왔다. 책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의 가격은 상승한다는 점, 그림을 구매한다는 것은 자본을 과시하기 좋은 방법이라는 점, 누군가의 소유물을 내가 가졌다는 성취감이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상업성이 적다는 점, 수집 자체가 주는 기쁨이 크다는 점을 그림 투자의 장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아트페어에서 구매를 구매해 가는 컬렉터들의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잭슨 폴록의 이야기였다. 자유로운 영혼이 표현된 액션 페인팅으로 유명한 그가 사실 미국 미술계가 의도적으로 스타로 만들기 위해 국가 권력이 개입했다는 이야기는 여타 미술사와 궤를 달리하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정치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미술이 미국의 리버럴리즘과 결합하여 선전하는 용도로 사용되다니 상상도 못 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가치가 낮다 하더라도 우리의 유물에 애정을 갖는 것처럼, 컬렉터들의 자국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는 어쩌면 예술로서의 가치가 모두 퇴색되어 버린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예술을 선전 도구로서 보고, 화가는 자신의 그림이 온전하게 평가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 신분 과시, 성취감, 고상한 품위,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소유욕. 책에서 제시하는 그림을 사는 다섯 가지의 이유이다. 이런 면에서 생각했을 때, 비싼 그림들의 특징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인류의 문화재급에 해당하거나 미술사적 가치가 확실한 거장의 그림, 믿을 만한 소장자와 소장처에서 내놓은 작품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덧붙을 때도 예상가를 훌쩍 넘겨 거래된다. 괜히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보다 작가의 유작이 더 높게 거래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의 역사에서 그림값은 결코 따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이지만, 오히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보이길 기다리고 있을 작품들이 어느 수장고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을 수도 있기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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