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정한 해방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 해방자들

비극으로 얼룩진 고국의 역사와 시대가 남긴 상흔을 안고 치유하는 한 가족의 서사시
글 입력 2024.09.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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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디아스포라 문학. 익히 들어보기는 했지만 어쩌면 나와 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읽어보지 않았던 장르였다. 하지만 디아스포라 영화를 통해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조국을 떠나왔지만 완전히 떠나올 수 없는 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삶을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는 책 <해방자들>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군부독재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어머니 요한, 딸 인숙, 인숙의 남편 성호, 이들의 아들 헨리, 인숙이 일터에서 만나게 된 사업가 로버트, 북에서 건너온 제니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의 첫 이야기는 요한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요한은 딸 인숙을 홀로 키우지만 후에 공산주의자로 몰려 죽게 된다. 이후 그의 딸 인숙과 남편 성호의 이야기로 초점이 옮겨진다. 인숙과 성호는 조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여 헨리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간다. 고부갈등과 외로운 타지생활을 로버트가 위로해 주고 로버트는 헨리를 돌봐주게 된다.


이들이 삶을 살아가고, 크고 작은 결정을 하고, 이성과 감성이 오갈 때 단순히 개인적인 성향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군부 독재 시기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88년 올림픽, 상품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사건 등 한 나라의 사건들이 영향을 미친다. 물리적거리가 떨어져 있을지라도 정신적인 연결을 완벽히 떨쳐낼 수 없다. 직접적으로 사건을 겪고 경험하지 않았을지라도 미묘하게 개인의 삶의 어느 한 부분에 자리해있다.


‘뿌리’가 무엇이길래, 우리는 독단적인 개체인 듯 살아가나 그렇지 않다. 뿌리는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역사적 사건 사고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고, 아직도 치유되지 않는 분노를 마음 한켠에 안고 살아간다. 그 뿌리에 발을 두고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뿌리와 멀어진 재외국민들에게도 말이다. 삶의 터전은 다를지라도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서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이방인인 듯 이방인이지 않은 이들의 혼란은 섬세하게 묘사된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에 놓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기묘한 감정은 이들은 무력감과 허무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소설의 끝은 소설 속 인물들이 서로 하나로 엮여 함께임을 인지하며 마무리된다. 이는 곧 희망으로 연결된다. 서로를 위하고 이해한다면 단단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세대 간 갈등과 경계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바람을 현실화시켜 준다.


이들 인물들은 각자의 시대를 대표하고, 각기 다른 환경을 대표한다. 이 인물들은 결국은 하나임을 인지하고 서로를 위해야만 아픔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한과 인숙 성호, 로버트, 헨리와 제니, 후란, 하루들에게 위로를 준다. 경계는 무너지고 화해와 화합, 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며 우리를 토닥인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실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태양은 잔해와 물 위는 물론이고 세상 모든 이와 모든 곳에 여전히 비춰주기 때문에."] - p.264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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