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마추어라 아름다운 [공연]

아마추어 연극과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짧은 찬사
글 입력 2024.09.0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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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이기에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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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학교 동아리 연극을 일 년에 두 번 정도 관람한다. 연극에 조예가 깊지도 않고, 동아리의 일원인 것도 아니지만 어느새 나는 익숙하게 등받이도 없는 학교 소극장에 허리를 부여잡고 앉아 학생들의 연기를 지켜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려 연극배우라는, 새롭고 과감한 도전에 나선 친한 후배를 응원하기 위해 소극장을 찾았다. 익숙한 얼굴을 한 후배의 진지한 표정을 유머 소재로 삼기 위한 가벼운 방문이었지만, 단상 위에서 뿜어져 나와 내 안으로 밀려들어오게 된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프로의 것보다 진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갓 교복을 갈아입은, 많아도 내 또래 나이대의 구성원들 작은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몸짓과 말소리. 그들이 거침없이 선사하는 예술은 잘한다, 못한다. 더 깊게는 돈 값을 하는지, 못 하는지 따위로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영역이었다.


분명 이들은 시선, 발성, 발음을 포함한 전반적인 것들에서 아직 서툴렀다. 그러나 서투른 이들이 채워낸 무대의 공기는 전혀 공허하지 않았다. 오히려 충만했다. 전업 희극인의 연기에서는 추측조차 해볼 수 없는 무언가가 동아리 구성원들의 연기에서 느껴졌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버텨낸 뒤 대학에 입학해 얻은, 나름 그럴 듯해 보이는 첫 번째 자유. 그 소중한 것을 연극이라는 예술에 투자하게 된 결심과 억압되었던 자아를 실현해내려는 무한한 노력같은 것들이 그려지는 듯 했다. 이렇게 그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모습의 기저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욕망이 담겨있었다.


그 위를 채워 겉으로 선보여지는 것은 천차만별인 저마다의 실력. 그러나 아마추어에게 실력은 노력의 여하에 따라 단단해지거나,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혹은 한순간에 휘발될 수도 있는 가변적인 지표이다.


그렇기에 동아리 연극은 프로들의 연극과 다른 매력을 지닌다. 좋은 연출이나 연기를 보고 감동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실수를 해도, 경험 부족으로 어색한 여기를 펼쳐도 나는 눈살을 찌푸려지는 대신, 깊은 공감을 느낀다. 나 역시 어느 한 분야로도 돈을 벌지 못하는, 모든 면에서 아마추어인 인간이기에 그들의 미숙함은 결코 남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현재 아마추어로 향유하는 것. 동아리 야구를 할 때, 오피니언을 쓸 때, 소설을 쓸 때. 그리고 그 이외의 수많은 것들에 새롭게 도전할 때... 실수는 나와 항상 함께 했으며, 앞으로도 든든히 내 옆구리를 따뜻하게 지켜줄 파트너로 남을 것이니까.


그래서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아마추어 예술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는 관람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그들은 배우로서 나는 맞은편의 관객으로서 함께 호흡하는 순간을 위해 달려온 노력을, 나는 애틋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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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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